경기도내 실버존 102곳, 스쿨존의 34분의 1 불과 “예산도 신청해달라는 곳도 없다…주민들도 꺼려”
[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경기도 내 노인 교통사고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노인보호구역(실버존) 설치는 제자리 걸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관련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경기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2011년 4126건(사망 240명)이던 노인 교통사고는 해마다 꾸준히 늘어나 지난해 5768건(사망 269명)을 기록, 5000건을 넘어섰고 올해도 9월 기준 4645건(사망 186명)에 이르고 있다. 노인 교통사고 증가는 노인 인구 급증에 따른 결과로, 정부는 이미 2007년부터 실버존 설치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 사고를 예방하기로 했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과 같은 비슷한 개념인 실버존은 교통 약자로 분류되는 65세 이상 노인들이 있는 복지시설, 요양원, 병원 등의 주변 도로에 교통 표지판, 노면 표시, 안전펜스 설치 등을 통해 운전자들에게 시속 30㎞의 서행 구간임을 알리는 곳이다.
하지만 경기지역의 실버존 설치는 수년째 미진하다. 올해 6월 기준 도내 실버존은 모두 102곳으로, 3418곳에 이르는 스쿨존의 34분의 1수준이다. 설치 초기인 2009년(53곳) 이후 해마다 새로 들어서는 실버존이 6~7곳에 불과해 나온 결과다.
그 사이 도내 노인교통사고는 잇따랐다. 노인 교통사고는 하루 평균 16∼17건 꼴로 발생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각 지방자치단체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설치 비용은 물론 신청자가 없다는 이유로 실버존 설치에 손을 놓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실버존은 국비 지원 없이 지자체 예산만으로 5000만원에서 1억원에 달하는 설치ㆍ유지ㆍ보수 비용 등을 감당해야 한다”며 “또 실버존은 복지시설 등 노인 관련 시설의 장(長)의 지정 신청에 따라 설치를 검토하는데, 홍보가 부족해 신청이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주민 반대도 만만치 않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노인 교통사고가 많은 지역에 실버존을 지정하려고 해도, 이 안에서의 교통법규 위반시 범칙금이 두 배에 달하는데다 주차가 금지되는 등 규제가 생기다 보니 주민들이 설치를 꺼린다”이라고 털어놨다.
경기도는 추가경정 예산 16억원을 확보, 이달 들어 우선 9개 시ㆍ군 28곳에 실버존을 새로 설치하거나 보수하기로 했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도 관계자는 “노인보호구역 내 사망 사고는 지난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는 등 해마다 1∼2건에 그쳤다”며 “노인 교통사고는 대부분 운전자 부주의로 발생한다. 운전자에게 경각심을 일으킬 수 있는 실버존을 긴급히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기경찰청 관계자도 “노인이 증가하는 만큼 이에 대한 사고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실버존 추가 설치는 물론 운전자들에 대한 안전교육 강화, 시민들의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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