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 올해 초, 일본계인 ‘M 주식회사’에 입사 지원서를 넣었던 직장인 김모(29) 씨는 구글에 자신의 이력서가 고스란히 노출되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김 씨의 이력서를 검색하는 사람 누구나 그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주소, 이력 등이 담긴 입사 지원서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었다. 이같은 사실을 안 김 씨는 지난 2일 해당 회사에 지원서 삭제를 요청했고, 회사 측은 그날 오후 즉각 온라인 상에서 김 씨의 이력서를 다운받을 수 없도록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김 씨의 이력서가 구글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의 이름과 희망연봉,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는 현재까지도 구글에서 확인이 가능한 상태다.
답답한 일은 또 있다. 문제의 이력서가 언제부터 온라인 상에 노출됐는지 알 길이 없을 뿐더러, 유출 여부도 확인이 불가능하다. 이처럼 개인정보 도용 가능성이 적잖은 상황에서 회사 측은 벌써 일주일 째 묵묵부답. 김 씨는 “구글에서 아예 검색이 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 뒤 다시 연락을 주겠다는 회사가 일주일 째 아무런 연락이 없다”면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기업들의 관리 소홀로 인터넷 상에 입사 지원자들의 신상정보가 유출되고 있지만, 해당 기업들은 수습과 재발방지 보다는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고 있어 신상정보를 도용한 금융범죄 등 2차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헤럴드경제 10월 26일 보도>
전문가들에 따르면 입사 지원서 유출에 대한 원인은 대부분 해당 기업에 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관리자의 명백한 주의 소홀로 이력서가 온라인에 노출된 것”이라며, “특히나 요즘은 구글같은 검색엔진 기능이 좋아져, 특별한 해킹기술이 없어도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관리자가 사전에 두 번 세 번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실제 구글 관계자도 이와 관련, “구글 창에 뜨는 검색 결과는 검색로봇이 웹을 돌아다니며 긁은(크롤링ㆍcrawling) 정보들”이라면서, “그럼에도 아무 정보나 가져오는 건 아니고, 보안 설정이 된 정보들은 노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력서를 유출한 기업들 중 상당수는 책임 회피에 급급할 따름이다.
이력서 삭제 후 구글 검색창에 검색이 되는 문제에 대해서 “이미 삭제 조치를 했으니 문제될 것 없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외주업체에 책임을 미루는 일도 적잖다.
3년 전 헤드헌터를 통해 일본계 ‘B 회사’에 이력서를 냈다 가 유출 피해를 입었다는 직장인 김모(32) 씨는 “B 회사에 서 서버 관리를 외주업체가 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면서, “지난달 27일 처음 연락을 취했지만, B 회사는 보름 가까이 되도록 어떤 사과도 없었고 , 돌아가는 상황조차도 B 회사가 아닌 헤드헌터에게 전달받 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상이나 추후 발생 가능한 피해에 대한 책임 등을 약속받는 일은 쉽지 않다.
이력서 유출 피해를 입은 직장인 장모(29ㆍ여) 씨도 한 달이 지나서야 보상과 사과를 받았다.
이런 가운데, 언제 어떻게 개인정보 유출 및 도용으로 인한 피해를 입을지 모르는 만큼, 피해자들의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다.
이에 일각에선 현행법상 오프라인 채용 서류에만 적용되는 ‘채용절차법’을 온라인 서류로까지 확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시행된 채용절차법에 따르면 기업은 채용여부가 확정된 뒤 14일~180일 사이에 구직자의 요청이 있으면 채용서류를 반환해야 한다.
그러나 해당 법은 온라인 서류엔 효력이 없어, 또 다른 이력서 유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온라인 서류를 파기하는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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