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으로 돈버는 시대 옛말 “왠지 시대착오적 기념일”

“저축의 날이 아직도 있어요? 없어진 줄 알았는데.”

지난 1964년 제정된 ‘저축의 날’이 올해로 52회째를 맞지만, 최근들어서는 저축의 날을 달갑지 않게 받아들이는 국민이 많아졌다. 주택자금 대출 폭증 등으로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인 11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저축은 꿈도 꾸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주부 이모(53) 씨는 “저축의 날은 그냥 연예인들 상 주는 날 아닌가”라며 “당장 매달 이자랑 원금 갚기도 빠듯하고 경제가 어려운데 저축을 하라는 말이 괜히 놀리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김모(34) 씨는 “지금이 어느 때인데 저축 기념일을 지속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시대가 변했고, 저축으로 돈 버는 시대가 지나갔는데 저축의 날이란 게 왠지 시대착오적이란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저축의 날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만 해도 저축의 필요성이 고조됐던 때였다.

전란의 아픔을 딛고 국가 경제의 기반이 마련돼야 하는 시점에서 저축으로 돈이 모여야 기업들이 투자를 할 수 있었다. 또 그때만 해도 저축만 열심히 해도 높은 이자로 목돈을 만들 수 있고, 집까지 장만할 수 있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정부와 국민들의 이해가 맞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사뭇 달라진게 사실이다.

은행들은 돈이 넘쳐나 굳이 저축 상품에 금리를 후하게 쳐줄 필요가 없어졌고, 시민 입장에서도 금리가 바닥인 상황에서 구태여 은행에 돈을 넣어둘 유인 요소가 사라진 상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에 들어가 있는 자금은 8월 현재 1025조원을 기록,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은행들의 평균 저축금리는 8월 현재 1.55%로 199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현재 시판된 은행들의 예·적금 상품 이율은 대부분 1% 안팎에 그쳐, 이자소득세와 물가상승분까지 반영하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가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축 의욕이 꺾인 데에는 대출 부담도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가계신용(부채) 잔액은 1130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도 이제는 저축 권장에 크게 열을 올리지 않고 있다.

곽노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전엔 10년간 저축을 해서 집을 샀는데 요새는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는게 더 낫다”고 말했다.

서경원ㆍ배두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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