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 800조원 자동이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은행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은행원들의 압박감도 커지고 있다. 은행들이 실적을 높이기 위해 은행원 실적평가 잣대인 핵심성과지표(KPI)에 주거래 고객 유치 실적을 반영하고 나섰다. 신규 고객을 더 유치할수록 점수가 높아지는 방식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하반기부터 KPI의 신규고객 유치 실적 항목에서 유치한 고객의 월 평균 통장 잔액이 500만원 이상일 경우 2점 가점을 주고 있다. KEB하나은행도 1000점 만점의 KPI 평가에서 고객 수 증대 항목 비중을 135점에서 250점으로 대폭 늘렸다. 신한은행도 주거래통장이 있는 고객이 적금 등 거래가 있을 경우 KPI의 보너스 점수(기타 점수)를 부여하는 방안을 추가했다. NH농협은행 역시 지난 7월부터 ‘계좌이동제’ 시행에 대비해 KPI에 요구불예금 항목을 신설했다. 0%대 금리의 수시입출식 예금을 의미하는 요구불예금 유치를 독려해 주거래고객이 이탈하는 것에 선제 대응하고 나선 것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계좌이동제에 사활을 걸면서 관련 실적은 계좌이동제 시행 전부터 눈에 띄게 증가했다.
KB국민은행이 지난 7월31일 계좌이동제 대비 상품으로 출시한 ‘KB국민ONE통장’은 지난달 26일까지 32만5426좌에 7018억원을 끌어모았다.신한은행이 지난 7월14일 내놓은 신한 주거래통장의 성적도 눈에 띈다. 지난달 26일까지 94만3139좌를 통해 2조7112억원이 누적됐다. 신한 주거래통장은 기존 직장인 우대통장과 통합한 주거래 우대통장과 주거래 미래설계통장 등 2개로 구성돼 있다.
지난 3월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주거래전용통장(우리웰리치주거래통장)을 출시한 우리은행은 같은 기간 101만7643계좌에 1조7302억원을 모았다. KEB하나은행의 ‘행복Knowhow(노하우) 주거래 우대통장’은 작년 10월 계좌이동제에 대비해 출시한 ‘행복노하우통장’까지 포함할 경우 같은 기간 142만7986계좌에 2조2781억원이 누적됐다.
치열한 경쟁은 은행들의 실적 부풀리기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 은행들은 기존 고객들의 계좌를 그대로 둔 채 통장만 계좌이동제 관련 상품으로 바꾸는 단순 전환도 실적에 포함시키고 있다. 수년 전 출시한 상품을 계좌이동제 관련 상품으로 ‘리뉴얼’해 내놓고 기존 계좌 수와 잔액까지 실적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지나친 출혈경쟁이 결국은 은행과 금융소비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제살 깎아먹기식 우대금리 제공, 수수료인하 등으로 인한 마케팅 비용 증가, 저원가성 예금금리의 상승 등은 은행의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한 부담은 대출이자 등으로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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