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주요주 ‘전자영장제도’ 활용 중…업무 효율성ㆍ적법성 확보 등 효과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 올해 초 광주 모 경찰서 소속 지구대 경찰관은 순찰 도중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돼 지명수배 상태였던 A(54)씨를 발견했다. 이 경찰관은 A씨에게 휴대폰 조회기를 통해 지명수배 사실을 고지하고 그를 관할 검찰청에 인계했다. 하지만 그 사이에 구속영장을 따로 제시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 국가인권위 측은 “경찰의 이 같은 행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정면으로 문제제기를 했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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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0년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입법로비 사건’ 수사에서도 영장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검찰이 국회의원 후원회 사무실 등 12곳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원본 1부 외에 11부의 복사본을 사용한 것이 알려지면서 당사자들이 “위법한 압수수색”이라고 반발하는 등 거센 후폭풍이 뒤따랐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IT인프라를 구축한 국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영장제도에 있어서는 여전히 서면이나 수기(手記)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 목소리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 시행 중인 ‘전자영장제도’가 유력 대안으로 꼽힌다.

4일 법무연수원의 연구논문 자료에 따르면 국내 사법당국은 지난 2010년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의 전면 도입 이후 영장청구서와 발부 및 기각 사유 등 영장관련 각종 전산정보를 송수신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럼에도 현행 형사소송법은 여전히 서면 위주의 영장절차를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주로 인편(人便) 중심의 영장청구와 발부 등이 이뤄지는 실정이다.

물론 현행범이나 긴급한 상황의 경우 영장 없이 체포가 가능하다. 하지만 위의 두 사례처럼 수사의 신속성과 피의자 인권 보호 문제가 맞서는 등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반면 미국 유타주와 켄터키주 등 주요주에서는 전자영장제도를 도입해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켄터키주는 전자영장제도 도입 이후 체포영장 집행율이 기존 10퍼센트에서 80퍼센트까지 상승하는 등 업무 효율성과 적법성 확보에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에서도 전자영장제도가 도입될 경우 위와 같은 논란이 상당 부분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자영장제도는 주요 사건 용의자가 포착될 경우 검찰이나 경찰이 인터넷으로 간편하게 전자영장을 청구하고, 영장전담판사가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확인해 영장에 서명하고 발부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경찰 역시 현장에 있는 순찰차에서 직접 영장을 출력해 집행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연구논문을 집필한 옥성대 검사는 “현재 지명수배자 체포시 영장원본을 피체포자에게 지체 없이 제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대부분 수배자는 원거리에서 체포되기 때문에 영장 원본을 제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이에 따라 피의자 조사가 지연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옥 검사는 “전자영장 제도는 형사사법 기관의 업무를 획기적으로 경감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영장주의 원칙을 준수해 국민의 인권보장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해킹 방지 등 보안을 강화해 개인정보 유출을 차단하는 작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구속영장의 경우 다른 영장과 달리 전자영장 도입에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 옥 검사는 “수사상 긴급을 요구하고 상대적으로 전자화할 서류가 많지 않은 영장절차부터 도입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bigroo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