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본시장 업계의 거물들이 주목하고 있는 신기술이 있다. ‘블록체인(blockchain)’이라는 개인간 네트워크(P2P) 기술이다. 지난해 뉴욕증권거래소를 퇴임한 던컨 니더라우어 회장이 투자해 이사회 일원이 된 벤처기업도, 세계 거래소에 충격을 주었던 대체거래소 ‘차이-X(Chi-X’)의 설립자 피터 랜달이 창업한 기업도 모두 이 기술 관련이다.
‘블록체인’은 정보를 블록에 담아 체인처럼 연결한 것으로, 개인간 네트워크를 통해 참여자들에 공유시킨다면 해킹을 통한 위변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이 기술의 뿌리는 ‘비트코인’이다.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의 개발자가 암호화기술과 관련해 ‘비트코인: P2P 전자 화폐 시스템’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방법을 쓰면 금융기관의 원장, 신용관리 없이도 거래와 지불결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개발자는 실제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발행하고 이것이 통용 가능하다는 것을 실증함으로써, 세계를 놀라게 했다.
비트코인의 성공은 자본시장에도 블록체인 기술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첫째, 비트코인은 사용자가 ‘공공 거래장부‘라 부르는 원장을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주식거래에도 별도의 원장을 관리할 필요가 없다. 둘째, 거래의 신뢰 문제는 이런 거래체계를 유지·발전시키는 것이 공동의 이익이라는 인식을 가진 참여자들 간에 거래장부를 공유하고 상호인증을 실행한다면 신용의 문제도 금융기관의 개입 없이 해결 가능해진다. 셋째, 블록체인에 실린 정보는 모든 컴퓨터에 분산 저장되기 때문에 대용량 서버에 대한 투자비용도 해킹방지 등 보안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 결과 거래소, 예탁결제원, 청산결제소 등 자본시장 구조 뿐 아니라 원장관리, 거래증거금 등 시장운영제도에도 전반적인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벌써 세계 거래소들은 블록체인 신기술 확보와 응용분야 탐색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거래소는 미국의 나스닥이다. 나스닥은 이번 기회를 만년 세계 2위에서 탈피할 좋은 기회로 보고, 지난 5월 이 기술을 활용한 플랫폼을 사적시장 분야에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비상장기업 주식을 거래하는 사적시장은 공시 등의 절차를 거치는 공적시장과 달리 경영상태 확인, 법적 권리관계 등 정보획득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나스닥은 새로운 플랫폼이 이런 복잡한 과정을 획기적으로 줄여 사적시장에 활력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주거래소(ASX)는 10월 이 신기술을 청산결제 시스템(CHESS)에 적용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한 세대에 한 번 나올 신기술로 세계시장을 선점할 기회라고 역설했다. 한편 독일거래소의 청산결제 자회사(Clearstream)는 블록체인 기술로 중앙예탁기관 과 수탁은행의 업무 간소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탐색하고 있다. 이밖에도 수많은 민간 모험 기업들이 응용기술 개발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사업다각화에 유리한 지주사 체제를 만들기 위한 구조개편을 추진 중이다. 우리 거래소가 블록체인 기술 경쟁에 동참하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구조개편 작업을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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