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경기 일산의 한 약국은 지난해 탁상용 달력 200부를 찍어 손님들에게 무료로 뿌렸으나 올해는 달력을 아예 만들지 않기로 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이달 들어 하루 2∼3명 꼴로 손님들이 “달력 없느냐”고 물어오지만, 손님들은 빈손으로 약국을 나서야 했다.
약사 최모(40)씨는 “임대료 부담이 매년 올라 이웃주민에게 홍보용으로 달력 제작비용조차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단골들에게 미안하지만 요새 다른 약국도 달력 나눠주는 곳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종이달력 대신 스마트폰으로 일정을 챙기는 사람이 늘면서 과거 ‘연말 사은품’으로 인식되던 달력 인심이 박해지고 있다.
큰 기업들도 달력 배포량을 줄이면서 달력 여러 개를 무료로 받아 집안에 내걸던 우리 사회 연말 풍경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달력을 주문하는 기업 숫자는 크게 줄고, 주문을 한다고 해도 그 양이 작년보다 확연히 감소했다.
서울 중구 소재 A 업체 관계자는 “12월까지 지켜봐야겠지만, 작년 비슷한 기간에 비해 무려 50% 이상 달력 주문량이 감소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11∼12월은 달력 주문을 한창 받을 시기지만 요새는 경기가 좋지 않아 주문량도 100부 정도의 소량에 그친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업체들은 경기가 안 좋으면 홍보비부터 줄이기 마련”이라며 “갈수록 달력을 만들어 무료배포하는 걸 사치처럼 여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인천의 B 업체도 “달력 주문 감소는 매년 계속된 추세”라면서도 “올해는 특히나 주문이 줄어 무료 달력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연말이면 고객들에 크고 작은 달력을 몇 부씩 나눠주던 은행 쪽도 달력 제작을 줄였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3사는 지난해 2015년 달력을 약 677만부 배포했으나, 올해는 약 637부로 6%가량 줄였다.
한 은행 관계자는 “비용절감 차원에서 예전만큼 고객에게 달력을 무료로 배부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각 지점에서 통장이 있는 고객에만 달력을 배부하는 등 나름의 제한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달력 제작이 줄어든 것은 불황 뿐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일정을 관리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직장인 박은수(32ㆍ여)씨는 “달력을 받아도 스마트폰 달력 어플로 일정을 관리하고 있는 탓에 달력 보는 일이 많지 않다”고 했다.
서울 소재 사립대 2학년 이모(24)씨는 “커피숍 다이어리를 주로 써서 달력을 얻더라도 디자인이 예쁜 게 아니면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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