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추간판 내 고주파 열 치료술’이라는 시술이 있다. 균열된 요추의 추간판에 고온의 열을 가해 만성 허리 통증을 완화하기 위한 시술로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된다. 병원에서 임의로 치료 방법이나 횟수, 치료비 등을 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20만원을 받는 병원이 있는가 하면 350만원을 받는 병원도 있다는 점이다. 최대 가격 차이가 17.5배에 달한다. 그야마로 어느 병원에 가냐에 따라 ‘복불복’이다.

병원의 과잉진료, 과잉청구로 인해 의료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늘면서 이에 대한 자정 캠페인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미국ㆍ캐나다 의사회의 주도아래 미국과 영국, 호주, 이탈리아 등 전세계 12개국에서 전개되고 있는 ‘Choosing Wisely’ 캠페인이 국내 일각에서도 도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국민 1인당 의료비 증가율이 2.3배 가량 높은 현실에 대한 사회적 각성이 힘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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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따라 의료비 차이 평균 7.5배…‘병원 마음대로’=감사원이 2013년 기준 비급여 항목 1만6680개 중 항목별 가격 비교가 가능한 955개 항목(2만5084건)을 선정해 의료기관별 가격차이를 비교한 결과 평균 7.5배의 차이가 났다. 같은 치료라 하더라도 병원에 따라 7.5배의 비용을 더 청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병원이 임의로 치료 방법이나 횟수, 가격 등을 정할 수 있는 비급여 항목으로 인해 과잉청구가 일상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불필요한 치료나 검사로 인해 의료비 부담이 눈덩이 처럼 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같은 유방암이라고 해도 자기공명영상검사(MRI) 검사만 실시하는 병원이 있는가 하면, 추가로 유전자나 초음파 검사를 실시하는 병원도 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해마다 커지고 있다.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급여 항목을 해마다 늘려 왔지만, 건강보험 보장율은 2007년 65%에서 2012년 62.5%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비급여 진료로 인한 개인 부담률은 13.5%에서 17.3%로 늘어났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건강보험의 적용 대상을 확대했지만 국민 의료비 부담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의료기관이 개인이 부담하는 비급여 항목의 진료를 늘린 탓이라고 밖에 해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해외와 비교해도 의료비 부담 증가가 눈에 띈다. 2000~2009년 사이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의료비는 매년 9.3%씩 증가했다. 같은 기간 OECD 국가의 연평균 증가율은 4.1%에 불과해 우리나라의 증가율이 2.3배 이상 높았다.

▶ ‘Choosing Wisely’ 캠페인 국내 도입되나=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일각에서도 미국 등에서 전개되고 있는 ‘Choosing Wisely’ 캠페인의 도입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12년 미국에서 시작된 ‘Choosing Wisely’ 캠페인은 불필요한 진료의 폐해와 환자의 권익 보호, 사회적 비용 축소를 위해 의료계 주도로 확산되고 있는 운동이다. 각 의료분야 전문가들이 불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줄이도록 하는 권고 목록을 작성해 환자와 의사의 ‘현명한 선택’(Choosing Wisely)을 지원하고, 민간 단체들은 환자와 일반인들을 위한 브로셔, 교육자료 등을 제작 배포해 과잉진료의 폐해를 막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 출발한 이 캠페인은 지난해엔 영국, 호주, 이탈리아 등 전세계 12개국으로 본격적으로 확장돼 전개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1인당 연간 의사 방문수가 13.2회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국가로서 현명한 선택을 위한 대국민 캠페인이 미국 못지않게 절실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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