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염병 대신 청춘 던진 15학번 - 최루탄 마시고... 테이크아웃 커피 마시고...

[헤럴드경제=신동윤ㆍ배두헌 기자] #1. 서울시내 한 사립대학에 다니는 성보라 씨는 파릇파릇한 88학번 새내기 대학생이다. 성 씨는 매일 공강시간이면 써클실로 와 선배들이 추천해 준 노동운동이나 통일운동에 관련된 책을 읽고 있다.

선배 따라 집회에 가끔 참여하며 최루탄 가스 가득한 거리에서 구호를 외치고 뛰어다닌 것도 수차례. 이 같은 모습은 1학년인 성 씨나 선배들이나 마찬가지다. 3저 호황의 끝물 덕에 국내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대학만 졸업하면 골라 취업할 수 있기 때문에 취업걱정은 적다.

이런 성 씨는 금요일 수강을 마치고 청량리역으로 가 경춘선 완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강촌으로 MT를 떠나기 위해서다. 기차 안에서 성 씨는 내년(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행되면 반드시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다짐했다.

#2. 2015년, 고등학생의 70% 이상이 대학생이 된다. 고학력자는 넘쳐나는데 좋은 일자리는 줄어든 ‘헬조선’에서 대학생들은 취업 고민에 잠못 이룬다. 신입생부터 어학점수를 관리하고, 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민보다 취업을 위한 커리어를 쌓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한다. 방학이 되면 학점관리를 위한 계절학기에, 각종 인턴과 알바에 정신없다. 어학연수 안 다녀오면 섭섭하고 배낭여행도 하나의 기본 스펙처럼 돼 버렸다.

다방 사라지고 스타벅스가=1988년 ‘지성인 집합소’ 다방들은 서서히 같은 이름을 가진 프랜차이즈 카페로 바뀌었다. 커피 가격도 훌쩍 뛰었다. 한국물가정보가 최근 발간한 ‘종합물가총람’에 따르면 1988년 558원 하던 다방커피는 2015년 4100원(스타벅스 톨사이즈 기준)의 카페 커피로 대체됐다. 1999년 이화여대 앞에 최초의 외국계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가 상륙한 이래, 이런 커피전문점은 전국 2만여개로 추정된다.

6월 항쟁과 6ㆍ29선언으로 뜨겁던 1987년 만큼은 아니지만 1988년 대학가 역시 학생운동으로 뜨거웠던 시절이다. 1987년 출범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가 학생운동을 주도했고, 1989년 당시 대학 4학년이었던 국회의원 임수경 씨는 평양축전에 참가하면서 학생운동에 불을 붙였다. 전대협은 1993년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으로 다시 태어났다. 대학가 학생회는 ‘운동권’이 대세였다.

1991년 정원식 총리 서리 폭행사건 이후 학생운동은 여론의 뭇매를 맞는다. 2000년대 들어서는 기존의 학생운동과 학생회 문화는 자취를 감췄다. 지난 2008년 촛불시위 등으로 학생들이 잠시나마 거리로 쏟아져 나왔지만, 2015년에는 취업을 위한 벼랑 끝 사투를 도서관에서 벌이고 있다.

대부분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경제적 사정과 직결되는 등록금 투쟁 외 별다른 정치적 구호없이 각종 생활밀착형 공약들을 내세우며 선거를 치르고 있다.

좁아진 취업문 탓에 2015년 대학생들은 도서관에서 치열하게 취업전쟁을 벌이고 있다.[사진=헤럴드경제DB]
좁아진 취업문 탓에 2015년 대학생들은 도서관에서 치열하게 취업전쟁을 벌이고 있다.[사진=헤럴드경제DB]

달라도 너~무 다른=1988년과 2015년을 비교했을 때 대학교 등록금 수준은 크게 달라졌다. 통계청과 한국통계연감, 교육부 내부자료에서 추출한 사립대학 등록금 인상률을 대입해 산출한 1988년 사립대학 연간 평균 등록금은 195만원이다. 올해는 734만원. 물가상승을 감안해도 확연한 차이다. 현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로 있을 때, ‘반값 등록금’ 논쟁이 정치권에 불붙은 것을 보더라도 그렇다.

1988년 당시 서울의 시내버스 요금은 140원이었다. 현재는 1300원이다. 지하철 요금은 200원에서 1250원으로 올랐다. ‘응팔’의 배경인 1988년은 최저임금제도가 최초 실시되던 해로, 당시 시간당 임금은 462원이었다. 현재는 5580원이다.

하지만, 대학생 최고의 돈벌이 중 하나인 과외비는 크게 늘지 않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1988년 당시 과목당 20만~30만원이던 과외비는 2015년 과목당 30만~40만원으로 높아지는 데 그쳤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