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재편·사상최대 현금보유, M&A원동력

올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은 글로벌 M&A 시장과 더불어 역대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메가 빅딜’(Big Deal)의 이면에는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에 따른 구조조정과 기업들의 처절한 생존 몸부림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글로벌ㆍ국내 M&A 시장, 폭발적 동반성장=블룸버그와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에 의하면 올해 국내 M&A 시장은 약 77조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지난해 말 한화가 삼성의 석유화학부문을 인수하면서 시작된 국내 빅딜은 SK-SK C&C, 제일모직-삼성물산, SKT-CJ헬로비전 합병으로 꾸준히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가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을 인용, 2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한 해(11월 말 기준) 발표된 전 세계 M&A 규모는 4조8940억달러에 이르렀다.

이는 지난해보다 37% 급증한 수치다. 2007년 4조4990억달러도 훌쩍 뛰어넘어 역대 최대 규모였다. 아태지역만 놓고 보면 2012년 5070억달러에서 올해 1조1300억달러로 2배 이상 폭증했고, 화이자-앨러건(1800억달러)과 같은 100억달러 이상 ‘메가딜’도 다수 나오면서 ‘메가딜’ 합산 규모는 올 들어 11월까지 전년대비 130% 늘어났다.

▶생존을 위한 ‘사업 재편’과 사상최대 보유현금이 M&A 원동력=M&A가 증가한 것은 글로벌 경기둔화와 이에 적응하려는 업계의 노력, 자연스런 구조조정, 기업들의 전략사업 집중 추세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케미칼이 삼성SDI의 케미칼 사업부문과 삼성정밀화학을 인수한 것도 시장의 재편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롯데케미칼은 사업을 강화하고 삼성은 화학부문을 정리, 바이오와 정보기술(IT) 부문에 집중하기로 했다.

유명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대기업들이 예전엔 다각적으로 사업을 벌였다면 지금은 경쟁이 심화되고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어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업들이 돈을 쓸 데가 없고 마땅히 투자할 곳도 없다”며 “글로벌한 공급과잉 상황에서 설비투자를 늘려 성장하겠다는 전략보다는 M&A로 성장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지주업종과 관련해 “현재 추진되는 M&A의 목적이 ‘해당 산업 내에서 각 기업의 체질을 개선시키기 위한 방향’으로 굉장히 명확하다”고 봤다.

글로벌 M&A 시장 역시 북미시장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도 미국 셰일가스 업체들이 국제유가의 하락으로 어려움에 처해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이뤄졌기 때문이었다.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이 많아진 것도 M&A가 활기를 띤 또다른 이유였다. 글로벌 기업들은 그동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저금리 기조에 편승하며 자금을 조달했다. 2013년 매출액 대비 현금성 자산 비중은 15.6%로 가장 높았고 올해 역시 13.9%로 높은 수준이었다.

국내도 제조업 기준 시가총액 상위 300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약 128조원에 달하고, 올 3분기 국내 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현금성 자산 비중도 8.1%로 10년래 최고 수준이었다.

▶국내 M&A 시장, ‘피인수기업ㆍ지주사 구조조정’ 주목=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이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국내는 정부의 특정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요구와 관련법 개정이 맞물려 M&A 열기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유명간 연구원은 정치권의 법안 정립이 한계기업ㆍ구조조정 이슈와도 연관된다고 생각한다며 “상법개정으로 기업의 인수를 보다 간편하게 만들것”이라고 말했다.

유안타증권은 금융위원회의 산업은행 비금융 자회사 매각 방침에 따라 대우증권 같은 덩치 큰 물건이 매물에 매물로 나오는 이른바 ‘산업은행발(發)’ M&A를 예상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KDB대우증권은 내년 “피인수기업에 주목할 것”을, 유안타증권은 ‘지주사의 구조조정’을 눈여겨볼 것을 조언했다.

문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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