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테러혐의자 47명을 집단 사형한 것을 시작으로 이란과 국교를 단절하고 교역 중단을 선언하기까지 시종 강경한 자세로 중동 지역의 정세에 ‘메기’로 나선 데에는 사우디 왕가가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간 조심스러운 외교로 중동 지역의 지렛대 역할을 해왔던 사우디의 모습을 떠올린다면 이같은 행보는 무척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사우디 왕실이 대내외적으로 겪고 있는 몇가지 불안이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사면초가에 빠진 왕가를 구하기 위해 무모한 정치적 행동에 나섰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손에 꼽히는 것은 전임 압둘라 국왕의 경우 국내 소수 시아파에 비교적 유화적이었으나 현 살만 국왕과 국정을 주도하고 있는 그의 아들 모하마드 빈 살만 왕자가 반대 세력들에 대해 강경 대응책을 펴면서 국내 시아파에 대한 고립 작전을 펴왔다는 점이다. 특히 일각에선 살만 왕자가 이번 이란과의 대전을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사우디 왕가가 주범으로 꼽히는 데에는 미국과 이란간 핵협상 과정에서, 그리고 이란의 금수조치 해제 이후 이란의 세력 확장 과정에서 사우디 왕가의 패권이 크게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가장 우세하다. 대내외적으로 흔들리는 사우디의 왕권을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 이었다는 것이다.

우선 유가급락으로 오일머니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사우디 왕가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사우디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15%인 3670억 리얄(약 114조원)로 사상최대 규모를 기록하면서 국민에게 지급하던 보조금마저 축소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1%대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 지역 내에서 사우디 왕가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것도 불안의 하나로 거론된다. 특히 이번에 갈등을 빚고 있는 이란은 사우디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행보를 펼쳐왔다.

이란은 사우디의 전통적 우방인 미국, 유럽과 핵협상을 성사시키고 경제재제에서 조금씩 벗어나면서 서방과의 관계가 회복되고 있다. 또 올해부터 석유 수출 제재가 해제돼 사우디와는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중동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고 인구도 8000만으로 사우디(3000만)보다 2.5배 가량 많은 이란의 이같은 부상은 중동 지역 패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사우디에게는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왔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역 컨설팅업체 샤이크 그룹의 최고경영자 살람 샤이크는 “오바마 행정부가 중동에서 (이란에만 치중하는) 애꾸 정책을 폈다”고 비판했다. 샤이크는 “오바마 행정부의 그런 정책 때문에 중동의 두 간판 주자가 심각하게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이 오고 말았다”고 꼬집었다.

또 일각에서는 이란과의 선을 분명히 그음으로써 IS가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던 수니파 내부에서도 주도권을 잡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한다. ‘이슬람국가’(IS)의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는 사우디 주도로 수니파 이슬람 국가 34개국이 결성한 반(反) 테러동맹에 대해 “이 동맹이 진정한 무슬림 연합이라면 (이교도인) 시아파를 상대로 전쟁을 벌여야 한다”고 비난했는데, 이란과의 갈등을 통해 수니파의 맹주로서의 지위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사우디-이란 갈등으로 인해 중동 지역 분쟁의 프레임은 ‘테러-반테러’에서 ‘수니-시아파’로 바뀌었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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