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삼성의 사업구조 재편이 잰걸음이다. 사업구조 재편과 이와 맞물릴 후계구도 모두 LG와 GS 분리 때와 닮았다. 삼성SDI와 삼성물산이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2일 발표된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의 합병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석유화학 부분에서의 시너지가 우선이지만,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화학 부문에서 가장 덩치가 큰 삼성종합화학에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직전에 발표된 삼성SDI와 제일모직과의 합병과도 연관이 깊다.

통합된 삼성종합화학 1대주주는 삼성물산(36.9%), 3대 주주는 제일모직과 삼성SDI의 통합법인(12.8%)이다. 또 다른 화학사인 삼성정밀화학도 통합 삼성SDI(14.7%), 삼성물산(5.6%)이 1,2대 주주다. 삼성SDI의 화학계열사 지배력 확대에 제일모직과의 합병이 계기가 됐다. 제일모직은 삼성석유화학(21.39%), 삼성정밀화학(3.2%)의 주요주주다.

화학에 이어 사업구조 재편이 유력한 건설도 마찬가지다. 삼성SDI는 삼성물산 최대주주(7.4%)이고, 삼성엔지니어링은 삼성SDI에 합병되는 제일모직(13.1%)과 삼성물산(7.8%)이 각각 1,2대 주주다. 지난 해 삼성SDI는 보유중이던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전량을 삼성물산에 팔았다. 이미 있던 지분도 팔았는데, 새로 얻은 지분을 가지고 있을 이유는 별로 없다.

삼성SDI가 화학계열사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삼성물산에 넘기면 삼성은 전자 및 소재, 화학과 건설부문으로 양분된다. LG가 전자와 소재, GS가 건설과 화학 맡으며 분리된 것과 꼭 닮았다. 호텔과 홈쇼핑 등 서비스업도 GS가 맡았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자와 소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화학과 건설 그리고 호텔과 서비스업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관건은 바둑의 패(覇)처럼 맞물린 ‘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삼성전자’의 순환출자 구도다. 두 부문을 나누려면 삼성SDI의 삼성물산 지분과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을 동시에 정리해야 한다. 각각 시가로 1조5000억원, 8조원 상당이다. 건설부문 통합을 위해 삼성물산이 삼성전자가 가진 삼성중공업 지분(17.6%)까지 가져오면, 삼성전자-삼성물산 지분정리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재용ㆍ부진 남매의 후계구도 자금원으로는 삼성SDS가 유력하다. 최근 해외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성장세가 가파르다. 아울러 제일모직 합병으로 삼성SDI의 삼성에버랜드 지분률도 4%에서 8%로 높아진 점도 눈여겨 봐야한다. KCC까지 주주로 영입하며 약화시켰던 순환고리가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에버랜드’의 형태로 다시 단단해졌다.

한편 이서현 사장은 LG패션처럼 독립계열로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계의 관측대로 지배구조 재편과정에서 삼성에버랜드가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분리된다면 패션부문이 ‘제일모직’이라는 이름으로 거듭날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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