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새해벽두부터 중국발 쇼크로 글로벌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갈 곳 잃은 뭉칫돈이 단기투자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잠시 머물다 가는’ 머니마켓펀드(MMF)에는 8거래일만에 10조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북핵 리스크 등으로 불안한 자금이 채권이나 주식시장으로 향하지 않고 피난처를 찾아 단기ㆍ부동화(浮動化)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금이 필요한 회사채 시장이나 주식시장에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은 한층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지난 12일까지 8거래일 간 MMF 시장에는 무려 10조4288억원이란 자금이 흘러들었다. 이는 지난해 한 해 총 순유입액 11조390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대규모 단기부동 자금이 흘러들며 연초(4일) 94조4537억원이었던 설정액은 6일 100조원을 넘더니, 급기야 12일 103조6303억원까지 증가했다.

특히 4일 중국 금융당국이 증시 폭락으로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하고 제도 운용에 대한 비난이 연달아 쏟아진 6일, 북한이 수소폭탄 실험까지 강행해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이날 자금 유입액은 3개월여 만에 최고액인 3조4331억원에 달했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 것은 역시 눈치빠른 법인자금이다. 개인이 MMF 시장에 몰아넣은 자금은 2107억원에 불과했지만, 법인들은 10조2182억원을 쏟아부었다. 주식시장의 혼란 속에 대규모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감지한 기업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양해정 이베스트증권 투자전략팀장은 “MMF 시장에는 단기로 자금운용하기가 애매한 자금들이 많이 유입된다”며 “주식시장이 불안하다보니 기업체나 개인별 주식자금같은 것들이 빠져나가서 MMF에 옮겨놓은 성격이 짙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데 다른 시장엔 자금을 투입하기는 힘들고 잠깐 수익을 내야하는 상황이라면 MMF에 돈을 넣게 되는 것이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운용에 보통 MMF도 함께 들어있어 MMF에 개인자금이 들어가는 경우들도 있고 운용사나 아웃소싱기관들도 주식이나 채권거래를 통한 자금운용이 여의치 않을 경우 MMF에 들어간다는 설명이다.

주식시장에서 돌아야 할 돈이 MMF로 지나치게 들어가는 경우 자칫 ‘돈맥경화’의 우려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양해정 팀장은 “단기적으로 운용이 애매한 경우에는 MMF에 잠깐 자금을 투입하고 증시가 살아날 듯 싶으면 바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예전과는 다르게 요즘은 ‘돈맥경화’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봤다.

외환시장이 MMF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있다. 일종의 환헷지 형태다. 해외 원자재 수입 기업과 같은 회사들이 원화가치 하락에 대금 지급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 MMF에 넣어두고 지급을 미뤘다가 환율이 떨어졌을때 다시 지급하는 이런 운용방법도 하나의 변수다.

MMF 시장에 대한 단기적 전망은 어떨까. 양 팀장은 “주식시장이 살아나면 자금이 다시 빠질 것 같다”며 “주식시장이 연초에 잠깐 요동을 치면서 일시적으로 자금이 많이 들어온 것으로 판단되고, 요즘은 MMF 수익률이 썩 좋은 편은 아니라서 다시 자금이 나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2일 기준 MMF의 1년 수익률은 1.63%, 6개월 수익률은 0.72%였으며, 연초 이후 수익률은 0.03%에 불과했다.

ygmoon@heraldcorp.com

☞머니마켓펀드(MMF)=주로 금리가 높은 회사채나 기업어음(CP), 양도성예금증서(CD), 콜 등 단기금융상품에 집중투자해 수익을 되돌려주는 초단기공사채형 실적배당 상품. 환매수수료가 없고 만기가 정해져있지 않다. 가입 및 환매가 청구 당일에 직접 이뤄진다. 펀드내 채권은 장부가로 계산하지 않고 매일 시장가격대로 평가하는 시가평가제를 도입하지 않아 시장금리 변동과는 무관하게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수익률은 낮으나 안정성이 강화된 국공채 위주 MMF도 있다.

[자료=금융투자협회]


yg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