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기간제법은 중장기적으로 논의하는 대신, 파견법 만큼은 이번에 통과시켜 달라고 야당과 노동계에 호소하면서 파견법이 노동개혁의 최대쟁점으로 떠올랐으나 파견법 역시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가능성이 기간제법 만큼이나 여전히 좁은문이다.
박 대통령의 호소에도 파견법의 국회 통과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업경쟁력 강화와 중소기업 구인난 해소 등을 위해 경영계 측에서 파견 허용업종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노동계는 뿌리산업 파견 허용 시 자동차, 조선 등 제조업 전반으로 파견 근로가 확대되면서, 비정규직만 확대할 뿐이라며 강력 반대하고 있다. 더군다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파견법은 대기업들이 원하는 민원법안이라며 파견법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어 법안 통과가 기대난인 상황이다. 1월 임시국회가 소집되고도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여야가 18일부터 이른바 쟁점법안과 20대 총선 선거구에 대한 협상을 재개한다. 현재 정부·여당은 노동개혁 5법에서 기간제법을 뺀 4법만이라도 처리하자며 기존 입장에서 양보했다고 주장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여기에 더해 ‘파견법 불가’를 고수하고 있다.
▶ 파견확대는 취약계층 근로자 中企 지원 위한 것=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파견법 개정안은 대기업이 아니라 일자리 기회가 부족한 중장년층 근로자 등 취약계층과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법안통과를 호소하고 있다.
이 장관은 ”선진국은 기간제·파견근로를 많이 쓰는데, 우리는 규제 때문에 다단계 하도급을 쓰는 경향이 있다“며 ”이로 인해 근로자 간 임금격차가 심화하고, 현장에서는 ‘일시·간헐적 사유에 활용하는 파견’(최장 6개월)을 돌려쓰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파견근로라도 1년 이상 근무하도록 함으로써 퇴직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음성적인 하도급을 지양해 법의 테두리 내로 끌어들여 근로조건이 개선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여당이 내놓은 파견법 개정안은 55세 이상 고령자와 근로소득 상위 25%(2015년 기준 5600만원) 전문직 등으로 파견 허용업무를 확대하고 금형·주조·용접·소성가공·표면처리·열처리 등 ‘뿌리산업’의 파견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영계에서는 여기서 더 나아가 제조업 생산공정에 파견을 허용하자고 주장한다. 생산공정의 파견이 허용되지 않다 보니 ‘불법 파견’이라고 비판받는 사내하도급이 만연해, 그 적법성 여부를 둘러싼 생산현장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경총 이형준 노동정책본부장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은 제조업 생산공정의 파견근로를 허용해 경기 변동에 대처하는 생산의 유연성을 높이고 있다”며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 동참하지 못하면 국내 제조업체는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 뿌리산업협회 등 중소기업·소상공인 관련단체에서는 최근 수년간 지속적으로 파견 확대를 요구해왔다. 시화공단 내 중소기업 A사 대표는 “구인광고를 내도 청년이나 내국인이 기피하는 영세중소기업의 특성 때문인지 내국인은 거의 뽑지 못한다”며 “정규직을 채용하고 싶어도 오려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최장 6개월의 파견규제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불법파견 만연 상황서 파견확대는 비정규직만 양산= 노동계는 박 대통령의 ‘기간제법 대신 파견법’ 요구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불법 파견과 사내하도급을 더욱 강력하게 규제해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지는 못할망정, 파견이 허용되는 업종을 대폭 확대하면 노동개혁의 주된 목표인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양극화 해소’는 결코 이룰 수 없다는 얘기다. 대기업에서도 파견과 사내하도급이 만연한 상황에서, 파견 허용업종까지 확대하면 비정규직 노동자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노동계는 근로자 300인 이상 대기업 근로자 459만명 중 파견 하도급 등 간접고용 근로자가 92만명(20%)에 달하고 여기에 직접고용 근로자의 22.9%에 이르는 기간제근로자까지 합치면, 대기업 노동자 10명 중 4명이 비정규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파견확대에 대한 우려는 고용부가 올해 3∼5월 전국 주요 공단의 근로자 파견 및 사용업체 1008곳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한 결과 조사대상의 77%에 달하는 771곳에서 1769건의 파견법 위반사례가 적발된 것에서 확인된다. 152개 업체는 일시·간헐적 사유 없이 파견근로자를 상시사용했고, 38곳은 형식상 도급계약을 체결했지만 실제로는 무허가 파견을 했다. 5곳은 파견기간을 위반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계의 우려와 정부의 주장을 절충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대형 파견업체가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보장토록 하는 ‘상용형 파견’을 도입해 경기변동에 따라 파견 허용범위를 유연하게 조절하고 있는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해 우리 실정에 맞는 파견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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