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이른바 ‘3저(低)’(저금리ㆍ저유가ㆍ원화약세)가 두 얼굴을 내비치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라 불렸던 지난 80년대 후반과 비슷한 경제여건이 갖춰졌지만, 오늘날 ‘新 3저’는 우리 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 축복이 아니라 오히려 공포와 쇼크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디플레이션 위기속에 찾아온 지금의 3저는 기업 경쟁력 제고와 가계의 실질소득을 늘리는 순기능은 커녕 소비 위축과 저성장, 가계 부채ㆍ좀비 기업 증가 등 위기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80년대 3저, ‘외채망국론’ 걷어낸 효자= 1980년대 초, 한국 경제에는 ‘외채망국론’이란 암운이 드리워져 있었다. 제2차 석유파동에 따른 고유가,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발호, 고금리 현상 등으로 외채상환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까닭이다.
외채망국론을 단번에 잠재운 건 80년대 중반 ‘3저 호황’이었다. 3저 시대 개막과 함께 1986~1988년 국제수지는 흑자로 돌아섰고, 경제성장률은 연 11.2%, 12.5%, 11.9%를 기록했다.
제2차 오일쇼크로 불황에 빠진 세계 경제에 찾아온 ‘저금리’는 한국 경제에 호재로 작용했다. 국제 금리가 반 토막이 나면서 한국은 외채의 절반 이상이었던 변동금리부 외채상환의 부담이 줄어들었다. 동시에 기업들은 낮은 금리에 돈을 빌려 투자하기 수월했고, 이자 부담이 덜어진 가계는 소비를 키웠다.
한국은 또 재정ㆍ무역 적자에 시달리던 미국이 1985년 플라자합의를 통해 달러화 평가절하에 나서면서 수출이 급신장됐다. 달러약세로 발생한 ‘엔고(円高)’현상은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급속히 강화시켰고, 이는 고스란히 흑자전환과 외채감소로 돌아왔다.
같은 기간 ‘저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회원국들이 고정유가제를 폐지, 시장점유율 확대 경쟁을 벌이며 시작됐다. 그 결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의 가격은 10달러대까지 내려갔다. 한국 경제에는 제품의 생산 원가 절감에 따른 가격 경쟁력 강화, 흑자전환의 단비가 됐다.
▶오늘날의 3저, ‘불황’ 부추긴 천덕꾸러기= 하지만 최근의 3저 효과는 80년대와는 정반대의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저금리’는 즉각적인 투자나 소비증대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경기 회복에 별반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가계는 노후준비ㆍ주거비 부담ㆍ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로 지갑을 닫았다.
저금리는 오히려 12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며, 빚으로 연명하는 ‘만성적 한계기업’만 키웠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촉발된 ‘원화약세’ 상황도 우리경제엔 별 이로울게 없는 구조다. 주요 수출 경쟁국인 중국ㆍ일본 등의 통화가치 하락폭이 원화보다 커 경쟁력을 잃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달러강세는 오히려 기업들의 외채상환 부담을 증가시키며, 투자 활동을 제약하는 요인으로도 지목된다.
배럴당 30달러선이 붕괴된 ‘저유가’도 과거와는 달리 세계수요 부진에 따른 것이어서 구매력 상승, 소비ㆍ생산ㆍ투자 증가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저유가로 인한 산유국의 재정위기는 건설ㆍ조선 등 한국 수주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주머니를 꽁꽁 싸맨 산유국들이 각종 플랜트 발주를 대폭 축소한 탓이다. 이들 산업에 제품을 공급하는 철강업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저물가 상황에서 유가하락에 따른 국내 소비 여력 확대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위기이자 기회=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과거와 오늘날의 3저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과 관련, 우리나라 산업의 경쟁적 지위와 성장동력이 달라졌다는 증거라는 데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극약 처방’을 내리기 어렵다는 점에 대해서도 동의했다. 3저 불황이 한국 경제의 정책적 문제를 넘어서, 글로벌 경기 침체와 연관됐다는 점에서다.
과거 80년대와 오늘날 3저 환경의 가장 큰 차이점은 ‘중국’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확대되는 중국 소비시장은 지난 80년대에는 없던 변수이자, 한국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화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중국 경제 위기에도 소비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다”며 “중국관련 소비주인 화장품ㆍ음식료ㆍ미디어ㆍ엔터테인먼트 등은 중국 수출에 따른 수혜를 볼 수 있는 대표 업종이고, 바이오ㆍ헬스케어 분야도 세계적인 약진을 하고 있어 기회를 더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y2k@heraldcorp.com
![“교과서 미래엔 AI가 있다”…‘AI 공장’된 미래엔 세종공장 [그 회사 어때?]](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2/news-p.v1.20260821.9213ff47283443e4aeec745e2b971c31_T1.jpg?type=h&h=240)
![일본서 사라진 인플레 ‘명목 앵커’…물가·엔화에 중요한 이유 [츠토무 와타나베]](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816.209013b3297d4c92ab32710d529f3877_T1.jpg?type=h&h=240)
![프롬프트의 신법 [‘오늘’에 대한 우리 이야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901.203c531a96884d4da174595cad521d59_T1.pn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