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영미권 은행이 떠난 자리를 아시아계 은행이 차지하며 국내 금융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특히 중국계 은행은 빠르게 덩치를 불리면서 외국계 은행의 신흥 강자로 부상했다.

미국계인 한국씨티은행이 지난해 12월 자회사 한국씨티캐피탈을 OK저축은행으로 잘 알려진 아프로서비스그룹에 넘기고, 영국 최대 국영은행인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가 지난해 초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한 것과 대조적으로 아시아계 은행들은 한국 내 지점 늘리기에 한창이다.

지난해 지점 설립 인가를 얻은 외국계 은행 3곳이 모두 아시아계 은행이다. 스테이트뱅크오브인디아(SBI), 인도네시아느가라은행(BNI), 중국광대(光大)은행 등으로 이 가운데 SBI는 지난 13일 서울지점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한국인 5명 인도인 2명으로 구성된 SBI 서울지점은 인도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한국 기업과 한국에 상주 중인 인도 업체를 상대로 기업금융과 무역금융을 제공할 계획이다.

중국 12위 은행인 광대은행도 한국 시장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광대은행이 들어오면 국내에 진입한 중국계 은행은 5개(중국은행, 중국공상은행, 중국건설은행, 중국교통은행, 중국농업은행)에서 6개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중국계 은행은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계 은행을 제치고 국내에 가장 많이 진출한 외국계 은행이 된다.

중국계 은행은 숫자 뿐아니라 덩치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중국ㆍ공상ㆍ교통ㆍ건설ㆍ농업은행 등 5개 중국계 외은지점의 총자산 합계는 총 65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8조1000억원보다 35% 늘며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 오피스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건설은행은 지난 2014년말 옛 동양생명 빌딩을 510억원에 인수해 사옥(중국건설은행타워)으로 사용하고 있다. 중국은행도 건물매입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계 은행 관계자는 “많은 한국기업이 중국시장을 상대하고 있어 현지 본점 지원 업무가 많고, 한국기업들도 달러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유동성 다각화를 위해서 중국 등 다른 아시아계 은행과의 거래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계 대형 은행들이 한국 시장에 속속 진출하는 이유는 자국 노동자와 유학생, 기업이 늘면서 송금 및 환전 수요가 커지고 있어서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3월말 기준 국내 외국인 장단기 체류자는 181만3000명에 달한다. 이 중 156만3000명이 아시아계로 중국 동포 외에 인도네시아(4만3000명), 필리핀(5만4000명) 국적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한편 중국계 은행의 경우 기업의 위안화 결제수요를 등에 업고 고속 성장했지만 최근 위안화 열풍이 한풀 꺽이면서 국내 거주하는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상품을 개발하는 등 소매금융에서 수익원 찾기에 나서고 있다. 또 남미ㆍ아프리카 등 국내은행의 영업채널이 부족한 지역으로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들에 대한 보증 사업 등 기존 영미계 은행의 사업으로도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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