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일본은행이 디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양적ㆍ질적 금융완화에 이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 카드를 꺼내 들었다. ‘2% 물가안정 목표’를 위해 트리오 처방이라는 극약처방까지 내린 셈이다.
일본은행은 29일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총재 주재로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내달 16일부터 민간은행이 일본은행에 새롭게 예치하는 자금(당좌예금)에 연간 수수료를 0.1% 부과하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키로 결정했다. 지금까지 민간은행의 예금에 대해 연 0.1%의 이자를 지급했지만 앞으로는 0.1%의 수수료를 받겠다는 것이다.
▶디플레 잡아라…‘트리오’ 극약처방=일본은행이 예금에는 이자가 붙는다는 기본적인 경제원칙을 뒤집는 정책을 채택한 것은 2% 물가상승을 달성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유가 하락과 중국 경제의 불안 등으로 세계경제 전망이 갈수록 불투명한 상황에서 일본 경기와 물가에 미치는 악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선제 조치라는 것이다.
특히 구로다 총재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마이너스 금리 전격 도입이라는 카드까지 꺼낸 것은 이같은 정책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는 시중 은행이 일본은행에 예치하는 자금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이 경우 시중 은행이 중앙은행 예치금을 줄이기 위해 보유 자금 대출에 적극 나서면 실물 경제에 돈이 풀릴 것이란 게 일본은행의 기대다.
일본은행은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자료에서 “원유 가격의 하락에 더해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과 자원보유국 경제 전망이 불투명해짐으로써 금융시장은 세계적으로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때문에 (설비투자 및 임금인상에 대한) 기업 심리 개선과 국민들의 ‘디플레이션 마인드(심리)’ 전환이 지연되고 물가 기조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은행은 “이런 위험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 ‘2% 물가안정(상승) 목표’를 향한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더한 양적ㆍ질적 금융완화’를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중국 경기 우려감에다 유가폭락까지 겹치면서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는 등 아베노믹스가 흔들리자 양적ㆍ질적 금융완화에 이어 전례없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까지 채택한 것이다.
▶마지막 카드까지 꺼냈는데…디플레 탈출은 미지수=하지만 이같은 일본은행의 극약처방이 디플레 탈출에 효과적일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시중 은행들이 자금 대출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는데다, 이 경우 오히려 자금이 필요한 개인이나 법인 등에 대출을 해주며 중앙은행에 부담하는 수수료를 전가할 가능성도 있다. 또 일본은행의 의도대로 돈이 시중으로 많이 풀릴 경우 엔화약세가 급진전될 수도 있다.
게다가 구로다 총재는 지난달 21일 국회 답변에서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었다. 국회에서 답변한 지 열흘도 안 돼 입장을 바꿔버린 셈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는 추가 양적완화 정책이나 금리에 손을 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었다. 설령 일본은행이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한다고 해도 국채 등 자산 매입을 10조∼20조엔 가량 늘리는 정도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마이너스 금리는 더 이상 일본은행이 자산매입 등을 통해 자금 공급이 어려울 경우에나 사용할 ‘히든카드’로 봤던 것이다. 이에 따라 마이너스 금리라는 마지막 카드가 먹혀들지 않을 경우엔 구로다 총재나 일본은행으로서도 다음 카드로 쓸 정책카드가 마땅한 게 없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각도 많다.
교도통신은 이와 관련 “은행 대출 증가와 금리 하락, 엔화 약세 촉진 등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지적하면서도 “부작용도 커서 디플레이션 탈출을 실현할 수 있을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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