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민주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선전은 농담거리에 불과했다. 70대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샌더스가, ‘정계의 이단아’로 불리며 공화당 내에서조차 ‘버려야 하는 카드’로 통했던 트럼프 후보가 ‘이변’(?)을 낳으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두 아웃사이더 새더스와 트럼프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기성 정치인들에겐 ‘악몽’을, 그들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에게는 ‘희망’이라는 그림을 덧씌우고 있다.

아이오와 코커스와 함께 미 대선의 풍향계로 불리는 9일(현지시간) 뉴햄프셔 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샌더스 후보는 60.40%의 득표율을 기록해 37.95%에 그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22.45%포인트의 격차로 따돌렸다. 샌더스 의원은 이에 다라 대의원 수에서도 36명으로 클린턴 전 국무장관(32명)을 앞섰다.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도 이번 프라이머리에서 35.34%를 획득해 15.81%를 얻은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를 19.53%포인트 차로 누르고 승리했다. 트럼프 후보가 지금까지 확보한 대의원 수도 총 17명으로 아이오와 코커스의 승자였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총 11명)을 훌쩍 넘었다.

‘미풍’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던 두 아웃사이더가 ‘대세’가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와 샌더스가 더 이상 농담이 아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샌더스나 트럼프가 미국 대권을 틀어쥘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으며, 미국 폭스뉴스는 10일 “전면적인 봉기의 현장을 목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두 아웃사이더의 반란은 이미 예고된 ‘드라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분노, 1990년대 후반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정체된 소득, 악화한 기회 불균등에 대한 분노가 이미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 “현재 트럼프 지지자 중 52%, 샌더스 지지자 중 30% 이상이 이런 ‘분노’한 유권자들의 지지 덕분”이라며 “설사 두 후보의 지지세가 꺾여도 그들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쉽게 다른 후보 쪽으로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실에 대한, 그리고 이같은 현실을 만들어 놓은 기성 정치에 대한 분노는 변화의 열망을 낳고 있다. 이번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출구조사에서 민주당 프라이머리에 참여한 이들 중 4명 중 1명이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적합하지 못하다. 샌더스만이 변화시킬 수 있다”고 응답한 것도, 공화당 지지자 46%가 공화당 정치인에게 배신당한 느낌을 갖고 트럼프에게서 변화를 이끌어 내려고 아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또 분노와 변화의 열망은 ‘신뢰’의 이미지에 큰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점도 이번 미국 대선에서 다시 한 번 명확해지고 있다. 뉴햄프셔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정직함’이 투표 기준이었다는 응답이 월등히 많았다. 샌더스 의원이나 트럼프 후보 모두 지지층이 확고할 로열티를 갖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신뢰’의 이미지에 많은 유권자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역대 최고의 투표율은 ‘분노→변화→신뢰’라는 21세기 선거 키워드의 완성품이 되고 있다. 뉴햄프셔 주의 투표율은 62.3%로 역대 최고투표율을 올렸던 1992년의 61%를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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