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적 재벌가 소재로 대중문화 흥행몰이 -그러다보니 대기업 전체 반기업정서로 연결 [헤럴드경제=김영상ㆍ고승희 기자]요즘 흥행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섬뜩한 내용이 많다. 그중 하나가 재벌을 소재로 한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 속 대중문화에서는 하나같이 재벌을 ‘악의 축’으로 묘사한다. 머슴을 하인 부리듯 하는 회장님, 겉치장만 하는 사모님, 금수저를 붙잡고 망나니로 사는 재벌3세…. 거의 공통된 모습이다.
서민들이 궁금해 하는 재벌가의 속내를 소재로 삼으면 흥행몰이 효과가 컸던 게 사실이고, 그래서 대중문화가 재벌가 속으로 달려드는 현상에 대해선 이해할 수 있지만, 너무도 비현실적인 재벌가 풍경에는 사회적으로 우려 시선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렇듯 재벌가 묘사가 온통 극단에 치닫다보니, 그룹 또는 대기업에 대한 반기업정서로 작용하는 측면도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기업인의 잘못을 소재 삼아 기업 전체, 나아가 기업인 전체에 대한 왜곡으로 도배하다보니 특히 청소년들의 기업관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잖아도 글로벌경기 침체로 불황을 겪고 있는 재계로선 지나친 재벌가 왜곡이 전체 기업 이미지 추락으로 연결되고, 크나큰 상처와 함께 기업활력 위축으로 이어진다고 볼멘소리다.
지난해 여름 개봉한 영화 ‘베테랑’ 속 재벌3세 조태오(유아인)와 판박이 캐릭터인 드라마 ‘리멤버’ 속 남규만(남궁민)이 대표적이다. 그래서인지 연기 자체보다는 그들 역할에 대한 사회적 비판 댓글이 주를 이루기도 한다.
한때 재벌2, 3세의 모습이 ‘백마 탄 왕자’로 그려진 드라마가 넘쳐났다. ‘로맨틱코미디’물이 호황을 이루던 시절의 얘기다.
부잣집 도련님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이 현실을 살아내는 ‘캔디’를 구원해줬다. 하지만 어느샌가 ‘재벌=갑질’로 코드가 바뀌었다. 드라마라지만 재벌가와 서민의 결합엔 도무지 ‘공감대 형성’을 할 수 없는 고단한 삶이라는 인식이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드라마나 영화 속 달라진 재벌 캐릭터, 권력층 자제들이 등장하는 것을 현실의 반영이라고 봤다. ‘부모의 직업’이 최고의 스펙이라 여기는 세대들은 수저계급론이 뒤덮은 이 사회를 불공정한 게임판이라고 봤다. ‘희망’을 희망할 수 조차 없고, 기회조차 불평등한 사회다. ‘헬조선’이라 불리는 현실이다.
대중의 정서를 읽은 콘텐츠에 등장하는 재벌3세들은 ‘망나니’와 다름 없다. 한결 같다.
대물림된 부와 권력의 맛을 일찌감치 누려와 세상 무서울 것이 없다. ‘네가 감히’를 입에 달고 사는 특권 의식이 뼛속 깊이 새겨진 사람들이다. 달콤한 돈과 권력의 줄을 쥐고 있는 아버지만이 유일한 두려움의 대상이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망나니’들은 노는 것도 다르다. ‘베테랑’ 속 조태오만 봐도 그렇다. 시도 때도 없이 코를 킁킁 거리는 약쟁이 재벌3세다. 갑질 만행은 지금껏 봐온 어떤 재벌 캐릭터와 비교해도 으뜸을 자랑한다. 연예인들을 불러모아 환각파티를 열고, 1인 시위자를 사무실로 불러 폭행한 뒤 돈을 건넨다. 모멸감은 사람의 목숨까지 끊어낸다.
‘리멤버’에서 남궁민이 연기하는 재벌3세 남규만은 심지어 분노조절장애까지 안고 있다. 걸핏하면 물건을 때려부순다. SBS 관계자는 “지금까지 부서진 물건만 해도 자동차, 노트북 7개, 유리잔, 와인잔, 명패, 고급 스탠드 등등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드라마나 영화가 재벌가를 다루면서 표방하는 지점은 ‘카타르시스’라는 분석이다. 재벌가의 횡포엔 반드시 응징이 뒤따르는 권선징악 결론에서 시청자나 관객은 열광하고, 카타르시스를 주고, 결국 ‘선(善)의 효과‘를 준다는 게 대중문화 관계자들의 말이다.
하지만 ‘재벌이 온통 나쁜 짓을 하고 다닌다’는 드라마, 영화 속의 전제는 비현실을 기초하고 있기에 재벌가 소재 대중문화는 현재로선 한계가 분명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흥행을 고려하더라도 ‘재벌=악’으로 규정하고 과다하게 왜곡하는 모습을 그리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반기업정서를 심어주고, 이는 결과적으로 사회적 총론에서 손해를 입는 일일 것”이라며 “대중문화 창작의 자유를 존중하더라도 이를 감안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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