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송사 예능국에 유령처럼 떠도는 우스갯소리가 하나 있다. “이러다 오후 3시부터 방송하겠어!”

매주 일요일 오후에 방영되는 지상파 3사 예능프로그램의 시청률 경쟁이 격화되자 방송사들의 꼼수도 늘었다. 타사보다 앞서 시청자들을 선점하겠다는 ‘함포사격형 편성’ 전략에 방송시간은 급기야 3시간을 넘겼다. 분량은 늘었지만 내실은 헐거워 보는 내내 개운하지가 않다.

원인 제공자는 KBS였다. KBS 2TV 주말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애초 오후 4시55분에 방영을 해왔지만 최근 시작 시각을 점점 앞당겨 4시20분까지 이르렀다. 30분 이르게 시작하고 종료 시각은 그대로이니 전체 방영시간은 70분에서 100분으로 늘어났다.

‘시청자와의 약속’이 KBS의 변칙으로 틀어지자, 동시간대 경쟁작인 MBC와 SBS의 ‘일밤-아빠!어디가?’와 ‘일요일이 좋다-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3’도 편성시각을 앞당기며 ‘양적 팽창’을 시작했다. 두 프로그램은 각각 4시30분, 4시 40분에 방송을 시작하고 있다.

1, 2부로 나뉘어 방송되는 주말 예능 프로그램들의 방송시간을 모두 더하면 무려 200분을 넘긴다.

방송사들의 고심도 깊어졌다. 이에 방송3사 예능국 책임프로듀서들은 최근 대책 마련을 위한 모임을 추진했다. ‘제 살 깎아먹기’ 식 경쟁의 피해자는 시청자가 되리라고 판단해 기존 편성시간대로 되돌아가자는 논의를 위한 자리였다.

앞서 지난해 10월 방송3사는 과도한 시청률 경쟁이 제작현장을 악화시킨다는 판단 하에 평일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방영시간을 합의했다. 미니시리즈는 68분, 평일 오후 11시대 예능은 75분을 넘지말자는 약속이었다.

3사 예능국에선 이번에도 방송사들의 협의를 추진했으나 결국 입장차로 무산됐다. 프로그램 편성은 ‘방송사의 고유권한’이라는 입장을 내세운 KBS의 회의적인 시각 때문이다.

문제는 콘텐츠다. TV수상기에 의존한 고작 1~2% 내에서의 접전 때문에 엿가락 늘리듯 방영시간은 길어졌지만, 콘텐츠의 자체 경쟁력에는 의문부호가 찍힌다. ‘시청자를 위한 방송’을 만들겠다는 공영방송의 주먹구구식 전략의 피해는 결국 시청자의 몫이 됐다. 주말예능 ‘그들만의 전쟁터’에서 들러리를 서기 위해 시청자들이 과연 값비싼 시청료를 지불해야 할까.

고승희 엔터테인먼트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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