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의차원서 35분간 골재 투하막으며 현장 점거해

4년간 ‘유죄→무죄→유죄’ 판결 연이어 뒤집어져

대법 “사법절차로 공사 막을 수 있었다” 유죄판결

[헤럴드경제=김현일기자] 2012년 2월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현장에서 골재를 내려놓지 못하게 하는 등 작업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시민단체 활동가들에게 벌금형이 최종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는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홍영철(47) 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등 두 명에게 벌금 24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함께 기소된 활동가 김국남(50) 씨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40만원을 선고받았다.

당초 1심 재판부가 유죄로 판단했던 이 사건은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혔고, 대법원이 이를 다시 파기하면서 최종 확정판결이 나오기까지 4년의 시간이 걸렸다.

홍 대표 등은 재판에서 “항의차원에서 공사현장에 방문했기 때문에 정당행위”라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행위의 동기나 목적이 정당하지 않고 수단이나 방법도 적절하지 않았다”며 유죄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2심에서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항소심을 맡은 제주지법은 홍 대표 등의 행위를 정당한 항의표시로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사 부지와 주변 토지간의 경계를 측량하기로 담당 공무원과 약속한 상황에서 피고인들은 공사가 잠정 중단될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공사차량이 골재 투하작업을 계속 진행하자 피고인들로선 항의할 수 밖에 없었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들은 약 35분간 골재 투하지점에 소극적으로 앉아 있기만 했을 뿐 업무방해 정도가 심하지 않았다”며 홍 대표 등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5월 원심판결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다시 제주지법으로 돌려 보냈다.

경계를 측량하기로 약속은 했지만 해군 관계자들과 시공사 대림산업이 공사를 아예 중단하겠다고 하진 않았기 때문에 홍씨 등이 공사를 방해한 건 유죄라는 것이 대법원 판단의 요지다.

또 대법원은 “경찰의 체포가 이뤄졌기 때문에 공사 방해시간이 35분에 그칠 수 있었다”며 오히려 그 자리에서 음식을 배달시켜 먹은 점도 이들에게 불리한 점으로 작용했다. 오히려 이들의 행위를 정당하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제주지법은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대부분 수용했다. 재판부는 “공사현장을 점거할 만큼 사안이 긴급하지 않았고, 사법절차를 통해 공사를 저지할 수 있었다”며 업무방해 사실을 인정하고 홍 대표 등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판결에 불복하고 다시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다섯번째 재판이 열렸지만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형이 최종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