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미국 대선 경선이 ‘슈퍼 화요일’(1일)을 기점으로 ‘힐러리(민주) 대 트럼프(공화)’의 구도로 굳어져가고 있지만, 각 당의 2ㆍ3위 주자들은 막판 역전극 가능성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특히 공화당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선 주자가 돼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이 높아 귀추가 주목된다.

‘진보 정치의 희망’ 샌더스 끝까지 갈까 민주당에서 초반 ‘아웃사이더’ 돌풍을 일으켰던 버니 샌더스 후보의 기세는 상당히 수그러든 모양새다. 그는 슈퍼 화요일 경선이 치러진 12개 주 가운데 4곳(버몬트, 오클라호마, 콜로라도, 미네소타)에서만 승리를 거뒀다. 8곳에서 승리를 거둔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보다는 물론이고, 당초 목표로 세웠던 ‘5곳 승리’보다도 못한 성적이다. 앞서 치러진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슈퍼 화요일에 주력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패배는 더욱 뼈아프다.

그는 당초 기성 정치에 대한 분노를 기반으로 젊은층과 진보세력의 지지를 얻어 돌풍을 일으켰지만, 지지 기반을 넓히는 데는 실패했다. 애초에 전국적인 지명도가 떨어졌던 데다, 지난해에야 대선 출마를 위해 민주당에 입당했을 정도로 당내 지지 기반 또한 약하다. 또 민주당의 주요 지지세력인 흑인들을 적절하게 공략하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조기에 레이스에서 하차할 것이라는 전망은 많지 않다. 사회민주주의자로서 평생을 기성 정치 비판에 바쳐온 그에게 민주당의 양대 후보로서 경선을 계속 진행하는 것은 자신의 주장을 설파하는 데 중요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아직 그를 지지하는 이들이 남아있고 슈퍼 화요일을 통해서도 그들의 정치 변화에 대한 열망이 확인된 만큼 레이스를 계속 펼쳐나갈 동력은 확보됐다는 평가다.

크루즈ㆍ루비오 백중세… 트럼프의 어부지리?

반대로 1위 다툼보다 2ㆍ3위 다툼이 더 치열한 공화당은 구도가 복잡하다. 슈퍼 화요일을 통해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좋은 성적을 거둔 반면, 공화당 주류가 미는 후보로 부상했던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졸전을 치렀기 때문이다. 크루즈 의원은 이날 가장 많은 대의원이 걸려 있어 최대 승부처로 꼽혔던 텍사스에서 루비오 의원을 배 이상의 득표차로 눌렀고, 백인 정통보수층의 아성인 오클라호마에서도 승리를 챙겼다. 반면 루비오 의원은 대의원수가 적어 영향력이 크지 않은 미네소타 주 한 곳에서만 승리했다.

두 후보가 백중세를 이어가면서 사태는 더 꼬여만 가고 있다. ‘트럼프의 대항마’를 세우기 위해서는 두 후보의 단일화가 필수적인데, 어느 쪽도 물러나기 힘든 상황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루비오 의원은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와 우선 단일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왔지만, 슈퍼 화요일의 졸전으로 이마저도 멀어져가고 있다. 현재까지 공화당 경선은 3분의 1정도가 진행됐다. 여기서 더 시간을 지체할 경우 두 후보가 단일화하더라도 트럼프 후보를 막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늦어도 공화당 전체 대의원의 50% 이상이 확정되는 ‘미니 슈퍼 화요일’(15일) 경선을 거치며 단일화 논의의 큰 향배가 잡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오하이오와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일리노이, 미주리 등 5개 대형주 경선에서 어떤 성적을 거두느냐에 따라 단일화 해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