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미국 13개 주에서 경선이 동시에 치러진 ‘슈퍼 화요일’(1일),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각각 승리하면서 각 당의 유력 주자로 발돋움하게 됐다. 본선이 일찌감치 ‘힐러리 대 트럼프’의 구도로 정리되면서 두 후보 모두 상대당의 후보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내는 등 기싸움에 나섰지만, 트럼프의 본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힐러리 매직넘버 절반 이상, 트럼프 25% 가량 확보

민주당은 11개 주와 미국령 사모아에 대한 개표 결과 힐러리 전 장관이 7개주(텍사스, 조지아, 매사추세츠, 버지니아, 앨라배마, 테네시, 아칸소)와 사모아에서 승리를 확정지었다. 특히 252명의 대의원이 걸린 텍사스와 100명 이상의 대의원이 걸린 조지아, 매사추세츠, 버지니아 등 3곳을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이로써 힐러리 전 장관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한 ‘매직넘버’(전체 대의원의 과반) 2382명의 절반에 가까운 대의원을 확보하게 됐다. 민주당 경선이 아직 4분의 1 정도밖에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힐러리 전 장관이 승세를 굳힌 것으로 평가된다.

공화당에서도 아이오와 코커스를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놓쳐본 적 없는 트럼프 후보가 7곳(조지아, 버지니아, 앨라배마, 매사추세츠, 테네시, 아칸소, 버몬트)에서 승리하며 대세론을 굳혔다. 개표가 늦게 시작된 알래스카에서도 트럼프의 승리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트럼프 후보는 매직넘버(1237명)의 4분의 1가량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후보는 오는 15일 있을 ‘미니 슈퍼 화요일’에서도 경쟁 후보를 멀찌감치 따돌릴 만큼 우위를 보이고 있다. 미니 슈퍼 화요일은 플로리다, 일리노이, 미주리,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등 5개주와 미국령 노던 마리아나스 등 총 6곳에서 경선이 열리고 전체 대의원의 15%가 걸려 있는 만큼, 경선의 2차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이날 경선이 끝나면 민주당은 49.7%, 공화당은 62.1%의 경선이 마무리돼 승패의 윤곽이 더욱 선명해진다고 볼 수 있다.

힐러리 “트럼프는 분노 분열 발언 일삼아”, 트럼프 “힐러리 대통령 되면 슬픈 날 될 것”

기세를 올린 두 후보는 벌써부터 상대당의 후보를 겨냥하며 본선을 방불케 하는 신경전을 펼쳤다.

힐러리 전 장관은 이날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서 한 승리 연설에서 “공화당이 미국 중산층과 노동자들에게 등을 돌리고 있고, 공화당의 선두 주자가 분노와 분열의 발언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트럼프 후보가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이민을 막기 위한 장벽을 세워야 한다고 했던 것을 겨냥해 “벽을 세우는 대신 장벽을 없애고, 기화와 격려의 사다리를 세워야 한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가 백인우월주의 단체 쿠클럭스클랜(KKK)에 대해 확실한 비판의 태도를 취하지 않은 것을 놓고는 “나는 (인종차별적) 편협을 단호히 반대하며, 다른 국민한테도 똑같이 하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후보 역시 승리 연설에서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도록 허락된다면 이 나라의 슬픈 날이 될 것”이라며 “힐러리는 지금까지 솔직하지 않았고 앞으로 4년 동안도 솔직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점점 더 나빠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클린턴 전 장관이 재직 중 개인 이메일로 국가 기밀을 주고받았다는 논란을 겨냥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로는 두 후보가 맞붙게 될 경우 힐러리 전 장관이 우세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CNN/ORC가 지난달 24∼27일 유권자 92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는 민주당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의 가상대결에서 52%대 44%로 패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의 2, 3위 주자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오히려 클린턴 전 장관을 상대로 한 가상대결에서는 우위를 보였다. 이에 트럼프 후보가 지지 기반의 확장성이 부족하고, 막상 본선 경쟁력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