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오는 9월 도입 예정인 공매도 공시제가 개미(개인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충분한 상승 여력을 가진 종목들도 공매도 때문에 주가가 폭락한다는 개미들의 원성이 자자했기 때문이다.

증시에선 공매도는 개미들의 ‘공공의 적’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개미들의 공매도 공포감은 여전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제도 도입으로 바뀌는 것은 누가, 언제, 얼마나, 어느 종목을 공매도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공매도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공매도는 허용하되 관련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제도 도입의 핵심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으로 공매도 공시제와 관련한 시행령을 개정해 입법 예고할 예정이다.

공매도 공시제를 포함한 자본시장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현재도 공매도 잔고 보고 제도는 시행되고 있지만,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경우 처벌 규정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애초 발의된 법안대로 시행령이 마련된다면 발행주식총수의 0.5% 이상 공매도 잔고를 보유할 경우 인적사항 및 잔고비율을 공시해야 한다.

0.1% 이상 변동시에도 보고 의무가 생긴다. 공시를 하지 않거나 허위로 공시했을 경우 최대 5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법안의 취지도 개인투자자들의 합리적 투자 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추가로 제공하는 데 있다.

시행령의 핵심은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어떤 종목을 얼마나 공매도했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느냐가 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공매도 접근이 어려운 개인들의 투자 지표로서 의미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공매도 공시제 도입 덕분에 개미들의 수익률이 높아질 것이라 기대키는 쉽지 않다.

현재도 어느 종목에 대한 공매도 비중이 크다는 정보는 시장에 충분히 제공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예컨대 지난 3월 3일 하루 동안 공매도 금액이 가장컸던 종목은 삼성전자다.

이날 하루 동안 삼성전자 거래물량의 10.32%(273억원)가 공매도 물량이었다. 당일 삼성전자 주가는 1.92% 상승했다.

어느 종목에 공매도 물량이 몰리고 있는지는 이미 시장에서 확인 가능한 정보란 얘기다.

공매도 공세가 거세면 주가가 반드시 떨어지느냐는 부분도 명확치 않다.

올해 1월4일~3월 3일까지 공매도 금액이 가장 많았던 종목은 셀트리온(6794억원)이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셀트리온 주가는 23.32% 상승했다.

공매도를 쳤는데 주가가 올랐단 얘기는 공매도 세력이 큰 손실을 봤을 개연성이 높다는 얘기다.

또 이는 공매도 세력 역시 투자 리스크를 진다는 의미도 된다.

그렇다면 공매도 공시제가 불러올 직접적인 효과는 무엇이 될까.

추정컨대 공매도 공시제로 피해를 볼 개연성이 큰 측은 특정 자산운용사가 될 공산이 크다.

A라는 종목에 대해 B자산운용사가 공매도 물량을 대거 풀어 A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게 되면 B자산운용사가 개미들의 집단 항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간 개미들의 ‘공매도 분노’는 시장에서만 떠돌 뿐 특정 단체를 타깃으로 삼기 어려웠다.

누가 어느 주식을 얼마의 규모로 공매도 했는지를 확인키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매도 분노는 가끔은 법안 처리를 안하는 국회를 향하기도 했고, 가끔은 공매도에 활용될 주식을 대여하는 국민연금을 향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시제가 도입되면 특정 종목을 누가 얼마나 공매도 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럴 경우 해당 자산운용사 등에 대해 개인들이 주식 이관에 나설 수도 있고, 불매 운동도 벌어질 수 있다.

심할 경우엔 공매도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

그러나 공시제가 도입되면 모든 기관들이 공매도 내용을 보고해야하는만큼, 정보가 정보를 덮어버리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개미들도 신용대주거래 활성화 등을 통해 주가 하락시에도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지난달 초 코스피가 1800선 붕괴 위험수준까지 내몰리자 신용대주거래 잔액이 30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2014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현재는 개인들의 대주거래는 현실적인 제약에 막혀 쉽지 않다.

막상 대주 거래 계좌를 만들었다하더라도 대주 시장 자체가 협소해, 빌릴 수 있는 주식 자체가 없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공매도에 대한 피해가 개인들이 입고 있다는 것을 거꾸로 말하면 개인들의 대차 접근이 제한돼 있다는 얘기다”며 “대주 또는 대차 거래를 지금보다 더 넓게 인정해 개인들에게도 공매도 접근 기회를 넗혀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