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잡아왔던 더민주, 제1당 리더십 시험대 -오만해지면 또 심판받는다는 것을 꼭 알아야 -전문가들 “완장 차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헤럴드경제=김영상ㆍ구민정ㆍ고도예 기자] 아무도 예상 못했다. 국민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 집권 여당에 준엄한 심판을 내리긴 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제1당으로까지 될 것으로 생각한 이는 없었다. 사전 여론조사에서는 새누리당의 과반 이상 의석수 달성이 예견됐고, 선거 당일날 출구조사를 통해 ‘여소야대’가 예측됐지만 새누리당이 이토록 처참하게 패할 줄은 몰랐다.
14일 오전 확정된 20대국회 의석수는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더민주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이다. 무소속은 11석이다. 숫자로 보면 정치권의 대지각변동이다. 당장 책임론에 휩싸인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가 사의를 표명하는 등 후폭풍에 진입했다.
성난 민심이 이를 견인했다. 집권 여당으로서 새누리당은 오만했다. 선거 과정 내내 막장드라마 같은 공천파동과 박심(朴心) 논란, 살생부 잡음을 일으켜, 민생이 시급한 민심의 분노를 일으켰다. 특히 희망이 없는 정치에 2030이 냉정하게 심판했다. 투표장에서 만난 대학생 임서영(24ㆍ여) 씨는 “제1당으로서 충분히 청년을 위한 입법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새누리당은 그걸 못했다”며 “청년 일자리, 교육 같은 청년의 소망과 어긋나는 정책 제안도 여당을 외면한 이유”라고 했다.
결국 16년만에 여소야대는 이뤄졌고, 급기야 원내 제1당의 지위도 더민주에 내주게 된 것이다. 제1당의 위력은 막강하다. 관례상 국회의장은 제1당의 몫이고, 각 상임위원장으로 전진배치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다. 물론 유승민 의원 등 무소속 당선자들이 새누리당에 합류하면서 1당은 바뀔 수도 있겠지만, 국민의 냉엄한 심판을 받은 새누리당으로선 당분간 충격에 휩싸여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국민은 불안하다. 국민들은 새누리를 심판하기 위해 ‘차선’을 택했지만 더민주의 제1당 역할에 대해선 확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민주당에 제1당의 완장은 채워줬지만, 그 완장에 따른 책임과 역할을 더민주가 잘할 수 있을지 적잖은 의문도 나온다. 더민주가 새로운 실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은 그래서 뒤따른다.
전문가들은 더민주당이 제1당의 완장을 차게 됐다고 해서 샴페인만 터뜨려선 곤란하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전통적인 텃밭구도, 지역주의 구도가 깨진 이번 총선을 계기로 방심하면 언제든 심판을 받을 수 있는 정치문화가 조성됐기에,더민주도 상황에 따라 ‘제2 새누리당 심판’ 앞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더민주가 잘해서 많은 이가 표를 던졌다기 보다는 새누리당이 공천을 너무 오만하게 해서 차선으로 더민주나 야권을 택한 것”이라며 “더민주가 책임정치를 잘 못하면, 민심은 금세 돌아설 수 있다”고 했다.
조화순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 역시 “가장 중요한 흐름은 국민들이 정치 변화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여소야대 구도가 된 것이나 전통 보수층인 강남권조차 새누리당을 외면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 그는 “집권여당에 대한 심판으로 더민주가 반사이익을 본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더민주는 19대 국회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정치, 책임정치를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숙제에 놓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민주의 제1당 부상에 깜짝 놀란 재계의 시선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총선 결과를 존중한다고 하면서도 더민주당의 집권 능력에는 물음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4대기업 임원은 “사실 더민주당이 제2당으로서 한 일은 집권여당 발목잡기에 치중해온 측면이 있는 것 아니냐”며 “합리적인 발목잡기도 있었지만, 대체로 경제살리기 각종 법안에 시니컬한 반응을 보이면서 타협과 조율의 정치, 소통의 정치에 소홀한 측면이 큰데 이에 대한 개선과 극복이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의석수만 많은 공룡정당에 만족한 나머지, 그에 걸맞는 정책개발에 소홀할 수 있음을 경계한 것이다.
더민주당이 제1당으로 됐지만, 정치지형상 험로가 예상된다는 분석도 강하다. 전체 인구의 절반인 49.5%를 차지하는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서 압승했지만, 호남에선 철저히 외면을 받으면서 가분수정당 또는 공룡정당 그 이상도 이하가 아닌 무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결론적으로 여지껏 집권 여당에 발목만 잡아왔던 스타일을 벗지 못한채, 제1당이 돼서도 큰그림의 정치, 큰그림의 경제를 보여주지 못하면 이번 총선의 의미는 퇴색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스스로도 놀란’ 제1당 더민주의 숙제와 고민은 이제부터 다시 시작됐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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