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4.13 총선이 끝나면서 부동산 시장에 짙게 드리운 안개가 한꺼풀 벗겨졌다. 건설사들은 총선 눈치보기에 미뤄 둔 분양 물량을 4~5월에 한꺼번에 쏟아낼 예정이다. 앞으로 금리인하 가능성,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 전국 시행 등 시장에 영향을 미칠 변수는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 경기는 총선용 개발 공약 보다 금리와 거시경제 상황에 따라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뉴타운 등 과거 부동산 상승장 때 표심을 좌우했던 공약이 이번 총선에선 없었다. 도로, 건설, 재개발ㆍ재건축 지역별 공약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도 낮았다. 다만 4.13 총선이란 변수가 사라지자 시장에는 미뤄둔 분양물량이 대거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사진은 광진구 자양동 일대의 모습.  이상섭 기자/babtong@
뉴타운 등 과거 부동산 상승장 때 표심을 좌우했던 공약이 이번 총선에선 없었다. 도로, 건설, 재개발ㆍ재건축 지역별 공약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도 낮았다. 다만 4.13 총선이란 변수가 사라지자 시장에는 미뤄둔 분양물량이 대거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사진은 광진구 자양동 일대의 모습. 이상섭 기자/babtong@

▶분양가격 민감도 커질 전망 =가계부채관리방안(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으로 기존 매매 시장이 주춤하면서 주택 수요자는 신규 분양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그 가운데 중도금대출이 수월한 역세권 입지, 대형건설사로의 쏠림이 심화하고 있다. 분양물량이 늘면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총선 이후부터 6월까지 2분기 분양물량은 총 12만5239가구(임대제외, 일반분양 기준)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2.5% 증가한 것이다. 지역별로 ▷수도권 7만1486가구 ▷광역시 1만4060가구 ▷기타 지방 3만9693가구 등이다. 수도권은 전년동기 대비 22.3% 늘었다. 서울은 6994가구로 1년전보다 76.2% 많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원은 “2분기 수도권 분양물량이 연간의 50%가 넘는다”면서 “특히 4월 민간 분양이 예정된 평택, 화성, 고양, 용인, 남양주의 분양 결과가 2분기 수도권 분양시장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점쳤다. 허 연구원은 “지역별, 상품별 분양가 양극화가 극심해질 것”이라며 “경기, 기타지방은 적정 분양가가 분양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수요자는 분양가에 더 촉수를 세워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 분양권 전매제한 폐지, 청약 1순위 요건 완화 탓이 크다. 예컨대 지방에선 청약통장 가입 6개월이면 1순위 자격이므로, 분양가가 싼 곳은 단기 매매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몰려 청약경쟁률이 확 높아진다. 좋은 층에 당첨되면 웃돈을 얹어 즉시 팔 수 있고, 저층에 당첨되더라도 계약을 포기하고 6개월 뒤 다시 1순위 청약을 노려볼 수 있다.

분양시장 양극화는 현재 진행 형이다. 라온건설이 남양주시 화도읍 녹촌리에 공급하는 2001가구 대단지 ‘남양주 라온 프라이빗’은 라온건설의 수도권 진출작으로 주목 받았지만 청약2순위에서도 미달이 나왔다. 입지면에서 열위 지역이었다. 순천 저전동 주상복합아파트 ‘더플레이스’는 52가구 모집에 청약 신청건은 ‘0’이었다. 인천시 남동구 간석동에 짓는 ‘간석동 삼마 톱-클래스’, 경기도 이천시 대월면의 ‘이천 신원아침도시’, 목포시 용해동 ‘센트럴팰리체’ 등이 대거 미분양됐다. 반면 부산시 연제구 연산동 ‘부산 연산 더샵’,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범어 센트럴 푸르지오’는 각각 평균 229.9대 1, 69.6대 1의 높은 경쟁률로 마감했다.

▶지방 위축 우려, 규제완화 압력 높아질 듯 =5월2일부터 지방에서도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이 시행된다. 주택담보 대출 시 소득증빙자료 제출, 1년 거치 뒤 원리금 동시상환이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올 초 수도권에서 그랬듯 이 규제로 인해 지방도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합수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 전문위원은 “지방은 이미 공급 확충에 따라 상당히 안정화된 시장인데, 대출 규제가 가세하면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은 “대구, 부산 등 지난해 가격이 급등한 지역은 경계 심리가 작동할 것”이라며 하반기 조정장세를 예상했다.

문제는 서울 및 수도권이 완연히 회복하기 전에 지방 위축이 진행될 경우 전체 시장이 동반침체할 가능성에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3월 말 강남 재건축 투자바람으로 강남권 일부만 회복했을 뿐 기존 매매는 보합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방에서 대구 아파트 매매가는 수주째 하락세를 타고 있다.

채 원장은 “수도권에선 3월부터 심리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데 완연히 회복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만일 앞으로 전체 시장이 침체에 빠져들면 규제완화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위원은 “(현재 1년 거치 뒤 원리금 동시상환을)거치기간 3년에 약간의 가산금리를 더하는 등 융통성을 부여하고, 생애최초 주택자금 대출을 만들어거나 공유형모기지론의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요건(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 5년 이상 무주택자)을 완화하는 등 좀 더 디테일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부동산 경기 부양책은 쓸만한 카드가 별로 없다. 한시적 양도소득세 감면이 있을 수 있지만 단기 효과에 그친다. 가계부채 관리나 각종 개발 계획이 정치적 논리로 흘러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