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가격인상에 ‘합리적 가격’ 이미지 실추 회장 평소 “회사 대물림 않겠다” 公言 불구 두아들 경영참여로 空言…고객·여론 ‘찬바람’
중저가 의류 유니클로(UNIQLO)로 유명한 패스트리테일링그룹의 야나이 다다시(67) 회장 겸 사장은 일본 최고부자인 동시에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꼽힌다.
야나이 회장은 아버지의 양복점을 물려받아 유니클로를 세계 최대 SPA 브랜드 중 하나로 키우기까지 숱한 실패를 겪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다시 도전했다. 세계적인 히트상품인 보온내의 ‘히트텍’(Heat Tech)도 이렇게 탄생했다. 그는 또 비정규직원 수천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사재 10억엔(약 105억원)을 기부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도 보여 늘 존경받는 부호로 거론된다.
하지만 최근 야나이 회장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좋은 품질의 의류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온 유니클로가 최근 두 차례나 가격을 인상하면서 고객이 대거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평소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언해왔지만 최근 야나이 회장의 두 아들이 그룹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신뢰까지 잃고 있다.
야나이의 아들 둘은 현재 패스트리테일링그룹의 경영진으로 일하고 있으며, 각각 패스트리테일링 지분 약 9%, 8%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주식자산은 각각 20억달러(약 2조3000억원)가 넘는다.
유니클로는 의류의 기획부터 제작, 유통 판매를 모두 총괄하는 방식으로 거품을 빼, 제품을 싼값에 공급하면서 성장해온 업체다.
‘정확한 수요 예측’을 통해 재고를 남기지 않는 것도 합리적 가격의 제품 공급이 가능한 또 다른 이유였다.
그러나 최근 엔저 등에 따른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유니클로는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2014년 추동 신상품 가격을 5% 안팎, 2015년 추동용품도 10% 정도를 각각 인상했다. 가격 인상에 대한 회사 내 우려가 많았지만 당시 임금 인상이 확산되면서 유니클로 측은 소비자가 이를 어느 정도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가격 인상 후 기존의 ‘부담없이 사는 옷’ 이미지가 사라지면서 고객이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부터 올 2월까지 6개월간 일본 내 유니클로 매장 고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6.3%, 매출은 1.9% 줄었다.
고객 이탈이 계속되자 유니클로는 다급하게 가격 인하 결단을 내렸다. 가격표도 제대로 고치지 못한 상태에서 올 2월부터 일부 상품가격을 내렸지만 떠난 고객을 다시 끌어모으는 것은 쉽지 않았다. 지난달 기존 점포 고객 수도 작년 같은 달보다 8.6% 감소했다.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상황에서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유니클로의 이미지가 희석되면서 세일 기간에도 매출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더구나 장남 야나이 가즈우미가 경영일선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야나이 회장은 몇년 전까지 두 아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할 생각이 없다고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그는 “자식들이 쉽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받는다면 열심히 일해온 직원들의 박탈감이 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야나이 회장은 철저하게 직원의 능력만 보는 경영자로 유명하다. 굴지의 글로벌 기업에서 많은 경력을 쌓은 인재라도 눈에 보이는 결과를 내놓지 못하면 그에게 인정받지 못했다.
경영승계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것은 14년 전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겼다가 실패한 경험 때문이다.
작은 옷가게에서 시작해 일본 최고 패션기업을 일군 야나이 회장은 2002년 11월 회사 대표 자리를 젊은 임원에게 넘기고 회장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젊은 경영인이 안정적인 성장만 지향해 히트상품 없이 실적이 악화되자, 3년도 채 되지 않은 2005년 경영일선으로 복귀했다. 이후 2012년 장남 가즈우미가 패스트리테일링그룹의 집행위원 자리에 올랐다. 차남 야나이 고지는 2011년 9월 패스트리테일링에 입사해,현재 경영진으로 근무 중이다.
야나이 회장은 최근 한 인터뷰를 통해 “아들이 각각 회장, 부회장 같은 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두 아들과 아내 등을 포함한 야나이 회장 일가의 자산은 포브스 기준 145억달러로 일본 첫 번째, 세계 57번째 억만장자에 해당한다. 현재 야나이 회장은 패스트리테일링의 지분 26.7%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분평가액은 78억5700만달러다. 장남 가즈우미는 패스트리테일링의 지분 8.99%, 차남 고지는 7.91%를 갖고 있다. 이들의 주식자산은 각각 26억4600만달러, 23억3000만 달러로 평가된다.
천예선ㆍ민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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