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시스템 부재·수익성 미검증 일부 연체율 상승 승인거절 건 ↑ 중신용자 맞춤 대출확대 취지퇴색 금융권이 중금리 신용대출시장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평가시스템 부재와 검증되지 않은 수익성 등으로 자칫 건전성 악화 상황에 놓일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일부 상품의 경우 연체율 상승으로 승인거절 건수가 늘어나는 등 ‘중신용자(4~7등급) 맞춤 신용대출시장 확대’란 당초 취지가 퇴색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반짝 등장했다 사라진 녹색금융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확실한 수익성 확보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카드대란, 가계대출 대란 등에 이어 중금리 대출시장이 금융시장 부실의 새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금융권에서 가장 뜨거운 상품은 중금리 신용대출상품이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5월 업계 최초로 SGI서울보증과 손잡고 ‘위비 모바일대출’을 출시한 이후 후발 상품이 줄을 이었다 .
하나(이지세이브론)ㆍ기업(I-ONE스마트론)ㆍ신한(써니모바일대출)ㆍNH농협(EQ론)은행 등이 연 10% 이내의 중금리 대출상품을 줄줄이 내놨다.
SBI(사이다)ㆍJT친애(원더풀와우론)ㆍ신한(스피드퍼그론) 등의 저축은행들도 속속 중금리 상품을 선보였다. 보험(한화생명)과 카드(KB카드)사에서도 중금리대출상품이 출시되기도 했다.
문제는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ㆍ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판매경험이 부족하고 리스크 관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금리 대출상품의 경우 연체율이 다른 대출에 비해 높아 금리 산정시 이를 반영해야 하지만 연체금리가 제한돼 금리(가격)책정도 쉽지 않다.
중신용자에 맞춘 신용평가모델(CSS)도 없다. 과거 SC제일은행이 중금리대출상품(셀렉트론)을 내놨지만 판매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런 조짐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A은행의 경우 최근 연체율이 급상승하면서 승인거절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와 달리 최근 1년간 신용카드 기록 등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많아졌고 최대 한도도 기존 10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낮아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대출은 기본 6개월, 1년은 지나야 연체율 등 ‘진짜’ 성적표가 나온다”면서 “초기엔 실적자료들이 봇물을 이뤘지만 최근 이런 자료는 찾기 힘들다. ‘연체율 상승→대출심사 강화→실적 감소’로 이어지며 소극적으로 영업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속내는 더욱 복잡하다. 고객 특성상 대손율이 높은 데다 모집비용 등 원가구조를 고려할 경우 10% 안팎의 대출상품 취급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같은 신용등급이라도 저축은행 고객의 연체율이 은행보다 10배 가량 높다”면서 “이런 점을 고려해 금리대를 산정해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중금리에 맞추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시험단계로 수익성은 검증되지 않았다”면서 “좀 더 시간이 지나야 할 것 같다. 지금은 다들 뛰어들고 있고 정부 눈치도 보이는 만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SGI서울보증과의 연계를 내세웠지만 정교한 신용평가와 수익성 확보가 되지 않고선 중금리대출 시장이 정착되긴 힘들다는 게 이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위해서는 금융사의 신용평가 기법 고도화 및 세밀화 등 중신용등급에 대한 정보를 축적하려는 노력과 금융당국의 중금리 대출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마련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백종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ㆍ저신용층 신용평가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거래정보 위주의 정형화된 분석에만 의존하는 측면도 기인하기 때문에 정성적 항목을 포함한 빅데이터 기반하에 분석기법을 세밀화ㆍ고도화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사 간 연계영업이나 제휴를 통해 업권 간 노하우를 공유하고 시너지를 높이는 게 필요하다”면서 “보증보험사의 합리적 보증료율과 손실분담률 설정도 중금리대출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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