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우리 이제 집으로 가자. 그 추운 곳에 혼자 있지마.”(이승환, ‘10억 광년의 신호’ 中)

2년 만에 발표한 신곡의 제목은 ’10억 광년의 신호‘. 곡 작업 전 이승환은 평소 친하게 지내는 주진우 시사인 기자에게 자문을 구했다. 천체 관련 최고의 연구소가 어디냐는 것. 주진우 기자는 이승환의 SOS에 하버드 천체우주연구소를 섭외해 자료를 받아 건넸다. 그것으로 부족에 관계자의 도움까지 받았다.

사실 이 곡은 멀어진 상대를 향한 간절한 그리움을 담은 노래다. 사람의 마음을 ‘빛’으로, 마음의 거리를 ‘광년’으로 표현했다. “마음의 속도를 빛의 속도에 비유해 쓴 가사”였으나, 많은 사람들은 노랫말을 세월호 추모곡이라고 해석했다.

“사회적 이슈와는 무관하게 쓴 가사였어요. 세월호에 대한 곡은 아니에요. 그저 마음에 대한 가사, 그리움에 대한 신호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제 노래를 많은 분들이 각자의 이미지와 상황에 이입해 해석하고 느껴주는 것, 그것이 청자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뜻한 것과 다르다고 도리도리할 것이 아니라 청자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음악하는 사람의 도리이고 보람이죠.”

지난 21일 서울 대현동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승환은 신곡을 이렇게 소개했다.

음원 공개와 세월호 참사 2주기에 앞서 서울 종로와 홍대, 이태원 등지엔 ’우리 이제 집으로 가자-승환이가‘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가사에 더해진 독특한 마케팅은 이승환이 그간 보여준 행보까지 더해져 사회적인 해석을 낳았다. 이승환은 요즘 ‘정치병’에 걸렸다는 이야기까지 들을 만큼 소신을 감추지 않는다.

그가 사회적 목소리를 처음 냈던 것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콘서트가 처음이었다. 이후 문화연대로부터 간간히 연락을 받았고, 외규장각 반환 콘서트, 용산참사 유가족 돕기 콘서트에 참여했다.

“ 착하게 사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상식에 기반하며 이야기하고 느낄 수 있다면 착하게 사는 거겠죠. 지금 우리 사회는 상식이 아닌 것들에 길들여지고 있어요. 많은 분들이 저더러 정치병에 걸렸다고 해요. 국정교과서 반대 콘서트 이후 댓글부대가 어떤 프레임을 가지고 공격하는 것이 느껴졌어요. 그런 것들이 아무렇지 않게 인정되고 통용되는 세상은 잘못된 것이란 생각이에요. 상식에 기반해 바로잡고 싶은 마음이 있죠. 다른 사람의 슬픔을 공감하 수 있는 사람이라면 착하게 사는 거죠. 내 의견과 신념을 피력하는게 자유 민주주의잖아요.이러한 생동이 선한 영향력이라고 생각해요.”

신곡에 대한 해석은 분분했으나, 10억 광년의 신호’는 지난 2014년 발표한 앨범 ‘풀투플라이-전(前)’의 후편인 ‘폴투플라이-후(後)’의 수록곡이다.

당시 전후편으로 앨범을 기획해 후편에 수록될 10곡의 녹음도 이미 2014년 마쳤지만, 그는 최근 10곡 중 7곡을 폐기했다. 심혈을 기울였고, 그만큼 공을 들였다. 앞서 ‘폴투 플라이-전’ 앨범 제작비에 들인 비용만 해도 7억 2000만원, ‘10억 광년의 신호’ 싱글 작업에만 약 1억원의 비용을 들였다. ‘자본의 미학’이라고, ‘돈 들여서 누가 그렇게 못 만드냐’는 조롱도 나온다고 한다. 이승환은 그러나 “결국 27년차 선배가수가 나아갈 길이 아닌가 싶다”며 “음악을 처음 시작하는 친구들, 홍대에서 어렵게 음악 하는 친구들에게 ‘나이 쉰이 넘었어도 그래도 누군가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신념을 가지고 음악을 하다보면 누군가 박수 쳐줄 수 있다는 믿음이 만드는 무모한 길이다.

‘10억 광년의 신호’를 시작으로 이승환은 후편 앨범 발매 이전 두 개의 싱글을 더 내고 싶다는 바람이다. 새 앨범은 “지난 몇 년간 켜켜이 쌓인 제 삶을 음악으로 녹여낸” 형태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전편보다 대중적이지 않을 거라고 이미 예고했기에 더 부담이 있죠. 음악이 좀 어렵더라도 약속을 지키려고 해요. 선배로서 책임감 있는 음반을 내야죠.”

대중적이지 않다고 해서 아티스트의 고집만 묻어나는 것은 아니다. 이승환은 “최고의 예술성은 최고의 대중성과 닿아있다”며 “언젠가는 이 음악이, 우리의 활약이 알려지리라 생각한다. 이 노래를 듣고 음악을 시작했다고 말하는 소년이 있다면 그것으로 가치있는 음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곡 한 곡의 음원에 공을 들이고, 투자하며 27년차 뮤지션의 내공을 담아내는 이유다.

“제가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음악은 취미활동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많은 분들이 공연을 찾아주시죠. 앨범을 낼 수 있는 원천은 팬들의 입장료예요. 그러니 당연히 새 앨범을 내야죠. 어릴 때 가요씬에 들어왔을 때 약간 교만한 생각을 가졌어요. 우리 선배 중 몇몇은 나이가 들면 창작에 있어 조로하고, 손을 놓는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런 생각을 지우고 싶었어요. 지천명이 넘긴 했지만 새로운 트렌드의 음악을 할 수 있고, 젊은 친구와 홍대에서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고, 혹은 뛰어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음악인의 덕목 중 하나는 젊은 감각이라 생각하는데, 그것을 가지고 있고 진화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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