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입학에 변시낭인까지 논란 연속
-정량평가 강화는 로스쿨 애초 취지 훼손
-변호사 자격시험화로 ‘변시낭인’ 막아야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로스쿨이 출범 8년차에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그동안 사법고시 존치를 주장하는 측과 대립각을 이루며 날선 신경전을 벌여왔지만 최근 제기된 불공정 입학논란으로 수세에 몰린 상황이다. 여기에 21일 발표된 제5회 변호사시험 결과에 따라 더 이상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없는 ‘변시 낭인’까지 나오면서 이래저래 로스쿨 제도는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로스쿨은 당장 다음주로 예정된 교육부의 입학전형 전수조사 결과 발표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교육부가 공개 수위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가운데 고위 법조인 자녀들의 불공정 입학사례가 보도되면서 로스쿨에 대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그러나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여전히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측은 논란이 된 입학전형에 대해 “입학전형위원회의 철저한 절차와 감독에 따라 면접은 외부 변호사, 다른 학과 교수가 참석한 상태에서 진행한다”고 밝혔다. 의혹을 제기한 관련보도에 대해선 오히려 “로스쿨을 흠집내기 위한 여론몰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고위 법조인 자녀들의 세습논란에 대해서도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측은 “고위직 자녀의 불합격 비율도 높다. 부모가 법조인이라는 이유로 자녀가 로스쿨에 입학한 것 자체를 부정으로 몰아가는 것은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또 기존 사법시험을 통해서도 법조인 자녀들이 대거 법조계에 진출한 사실을 반박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논란이 일자 교육부는 21일 로스쿨 입시에서 법학적성시험(LEET)의 반영 비율을 높이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공정성 시비를 불러온 정성평가(자기소개서, 면접 등) 대신 정량평가 요소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결국 ‘로스쿨의 사시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성평가로 인재의 다양성을 꾀하겠다는 로스쿨의 애초 취지를 훼손하고 사법시험처럼 점수로 선발하는 옛날 방식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서울 지역 로스쿨 출신 A 변호사는 “논란이 되니까 바로 정량평가를 강화한다는 것은 성급한 처방”이라며 “경험자로서 보기에 현재 로스쿨 입학전형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입학전형에서도 이미 정량평가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반박했다. 기본적으로 정량점수가 안 되면 아무리 면접에서 좋은 평가를 받더라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 다른 로스쿨 출신 B 변호사는 “학점만 쌓아온 사람과 다양한 경험, 전문성을 키워온 사람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정량평가를 강화하는 것은 로스쿨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변시낭인을 ‘사시낭인’과 동일선상에 놓고 바라봐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A 변호사는 “변호사시험은 애초부터 응시인원이 로스쿨생으로 한정돼 발생하는 낭인의 숫자도 사시 때보다 훨씬 적다”며 “반면 사시낭인은 수만명에 달해 사회적 비용도 그만큼 컸다”고 지적했다.
이어 “처음부터 5회 응시제한이 있다는 것을 알고 택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기약없이 도전했던 사시낭인과는 엄연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또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더라도 추후 박사과정을 밟아 학계나 연구원 쪽으로 진출할 수 있는 문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오수근 로스쿨협의회 이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변호사시험을 지금과 같은 정원통제 방식에서 자격시험화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제도 개선으로 변시낭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변호사시험 합격기준은 입학정원 대비 75%(약 1500명)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매년 응시자가 늘어나면서 실제 합격률은 낮아지고 있다. 제5회 변호사시험은 응시자 대비 55.2%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오 이사장은 “시험에 의한 선발이 아닌 교육에 의한 양성에 목적을 두고 있는 로스쿨의 취지가 낮은 합격률 때문에 훼손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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