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갑 흡연 경고그림이 당초 담배 겉면 상단에 위치하는 것에서 하단으로 배치될 가능성이 커졌다. 규제개혁위원회가 담뱃갑 흡연 경고그림을 상단에 위치하도록 하려는 복지부의 계획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는 위치를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해달라는 담배회사 측의 손을 들어준 셈이 됐다. 하지만 복지부는 즉각 재심사를 요청할 방침을 밝혀 막판 갈등이 예상된다.
22일 복지부와 업계에 따르면 규제개혁위는 이날 오후 규제심사 회의를 열고 흡연 경고그림의 표시 방법 등을 규정한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하고 경고그림을 담뱃갑의 상단에 위치하도록 한 부분을 철회할 것을 권고했다.
위원회의 권고가 받아들여진다면 흡연 경고그림은 담배 제조ㆍ수입 회사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즉, 경고그림이 들어가는 것은 어쩔수 없지만 노출 정도를 낮춰 하단에 위치토록 할 수 있는 것이다.
규제위는 이날 담배협회는 물론 편의점주 등 시장 관계자들을 참석시키며 이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헤럴드경제 4월21일자 온라인 참조 편의점주 등은 담뱃갑 상단에 경고그림이 노출되면 편의점을 찾는 고객들이 불쾌할 수 있고, 영업도 지장이 있기에 담뱃갑 하단 등으로 경고그림을 배치해 혐오감 노출 정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복지부는 이날 회의에서 해외 사례 등을 소개하며 경고그림을 담뱃갑의 상단에 위치시켜야 흡연 경고그림이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지만 위원들을 설득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뱃갑 경고그림을 도입한 80개국 중 위치를 상단으로 명시한 경우는 63.8%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흡연 경고그림의 효과를 높이려면 담배 판매점에서 진열될 때 그림이 잘 보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위원회는 그림을 상단에 넣는 것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관련 조항을 뺄 것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경고그림의 위치에 대한 조항은 정부 부처 내에서 조율을 거쳐서 확정된 사안”이라며 “제도가 실질적으로 효과를 보려면 상단에 위치하도록 명시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권고를 재고할 수 있도록 재심사를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규제개혁위가 여러가지 시장 상황과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경고그림 위치에 대한 입장을 권고한 것이어서 그 결과가 바뀔지는 미지수다.
흡연 경고그림 도입은 국민건강증진법이 2002년 이후 11번의 개정 시도 끝에 13년만에 입법화하면서 제도화됐다. 한국은 국제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비준국가로서 경고그림을 넣도록 제도화할 의무를 지고 있다.
한편 복지부는 개정안에서 경고그림의 순환주기를 당초 입법예고한 18개월에서 24개월로 늦추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담배사업법상 흡연 경고문구의 순환주기가 24개월인 만큼 경고그림의 순환주기도 여기에 맞춰서 24개월마다 바꾸도록 할 계획이다.
김진원 기자/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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