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1. 청주의 A대학 김모 전 총장은 지난 2008년 8월 해임된 전임강사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사건을 제기하자 변호사 수임료 550만원을 교비회계에서 지출했다. 지난 10월 청주지검은 이를 두고 김 전 총장을 업무상 횡령ㆍ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그의 변호사는 재판장에서 “(김 전 총장의)소송비용은 학교 운영에 관한 것이므로 A대학교 교비로 법률 비용을 내는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 소송은 아직까지 진행중이다.
#2. 서울 동대문구의 한 사립대인 B대학 박모 전 총장은 지난 2006년부터 2014년 2월까지 8년 동안 B대학 총장으로 지내면서 노조에 대응하기 위한 컨설팅 비용, 소송비 등 총 40여억원을 교비에서 지출했다. 이에 서울북부지검은 지난 8월말 업무상 횡령 및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로 박 전 총장을 약식 기소했고, 결국 지난 2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 4차 공판에서는 박 전 총장에게 벌금 1000만원이 구형됐다.
학생들의 ‘교육’에 쓰여야 하는 대학등록금이 총장 개인의 소송비용에 쓰이고 있다. 법률 비용에 대한 법적 조항 부재와 부실한 감사체계 때문이다. 총장 개인이 이를 이용해 학생들이 낸 등록금을 ‘쌈짓돈’처럼 마음대로 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행 사립학교법 29조에 따르면 ‘교비는 다른 회계에 전출하거나 대여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즉, 교비는 인건비ㆍ연구비ㆍ학생 장학금 등 ‘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로만 쓸 수 있다.
하지만 앞선 사례들처럼 교비가 사립대 총장들의 소송비용에 계속해서 사용되는 이유는 소송비용에 대한 명확한 법률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소송당사자가 사립대학 총장인 경우, 변호사 수임료 등의 법률 비용 지출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사립학교법에 명시돼 있지 않은 상태다. 이에 몇몇 사립대 총장은 임의로 법인 예산이 아닌 교비를 지출해 온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되고 있는 전 총장들이 법정에서 일관되게 해당 소송이 ‘교육권’과 관련돼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립학교법 29조에 따르면 교육과 관련 없는 곳에 교비를 쓸 수 없지만 법률상 ‘소송비용’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없기 때문에 총장들이 임의로 교비를 소송비용에 사용해 비슷한 문제가 계속 생긴다는 분석이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는 “소송비용에 관한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을 시도했지만 사학비리에 면죄부를 준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 중단했다”고 말했다.
감사체계의 부실함도 문제다. 우선 사립대 감사는 학교 법인 이사회에 의한 감사(내부 감사) 제도가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대학 설립자의 후손, 사실상 ‘오너 총장’이 독점적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현실 때문에 내부 감사는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는 회계는 간단한 결산 내역만 확인할 뿐 세부적인 사항은 확인할 수 없다. 내부 감사 제도와 더불어 관할인 교육부의 회계감사(외부 감사)가 있지만 이 또한 부실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립대학 감사를 진행하는 교육부 인원은 30명 남짓”이라며 “회계의 경우 전문회계사 2명이 투입된다”고 했다. 한국사학진흥재단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국의 사립대학교 수는 152개다. 전체 대학의 87% 가량이다. 150개가 넘는 대학교에 대한 체계적인 감사를 진행하기엔 부족한 인원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투명한 회계 운영에 대해 강조한다. 김병국 사립학교개혁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현재 교육부 감사 인력과 구조로는 이 많은 사립대를 다 들여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학 감사 시스템의 확장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더불어 김 위원장은 “사립대학 총장들의 비리에 대한 피해는 결국 등록금 지불한 학생들이 고스란히 입게 된다”며 “제대로 된 교비 운영이 될 수 있도록 사립학교법 법개정도 필요하다”고 했다. 쓸 돈이 없는 게 아니라 있는 돈을 최대한 효율적, 투명하게 쓰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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