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사는 주는 ‘성과급’… 기간제라 안돼?

-차별에 잇따라 소송… 교육부 거듭 패소

-“정교사 시켜주겠다” 범죄피해에 두번 울어

[헤럴드경제=김현일ㆍ고도예 기자] 교사 박지나(36ㆍ가명) 씨는 최근 4년간 학교를 네 군데나 옮겨다녔다.

2009년 3월 경남 거창의 한 고등학교 교단에 섰던 박 씨는 1학기가 끝나자마자 학생들과 헤어졌다. 학교와의 계약기간이 끝났기 때문이다. 같은해 9월 1일부터 박 씨는 경남 남해에 있는 고등학교로 출근했다. 여기서도 6개월 만에 짐을 쌌다. 2010년 3월 신학기부터는 경남 고성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 학교에선 1년을 채우고 나왔다. 그리고 2012년 3월 다시 경남 통영의 고등학교로 직장을 옮겨 1년간 근무했다.

박 씨는 기간제 교사다. 짧으면 6개월, 길게는 1년 계약으로 교사 생활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학생들 얼굴을 익힐 만하면 계약기간 종료가 눈 앞에 와 있었고, 서둘러 다른 학교와 계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기간제교사들이 부당한 차별을 받으면서, 소송을 거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억울해도 참는 게 다반사지만, 결국은 참을 수 없을 정도가 된 이들이 소송을 택하는 것이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그래픽=고도예 기자]
기간제교사들이 부당한 차별을 받으면서, 소송을 거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억울해도 참는 게 다반사지만, 결국은 참을 수 없을 정도가 된 이들이 소송을 택하는 것이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그래픽=고도예 기자]

▶교육부 “기간제 교사는 교육공무원 아냐”=한 학교에 머무는 기간은 짧았지만 박 씨는 정교사와 다름없이 학생들을 가르치며 열정적으로 수업에 임했다. 그랬던 박 씨가 2013년 2월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상대는 국가였다.

학교를 바꿔가면서 계속 교단에 섰지만 박 씨는 정작 교육공무원들에게 지급되는 성과상여금을 받지 못했다. 2013년 교육부가 지침을 바꾸기 전까지 기간제 교사는 성과급 지급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박 씨처럼 성과급을 받지 못한 기간제 교사 12명도 소송 청구인 명단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국가를 상대로 한 이들의 싸움은 지리하게 전개됐다. 결국 3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법 민사87단독(이수민 판사)은 기간제 교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사는 “비록 기간의 제한은 있지만 기간제 교원도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임용되는 교원이 명백하다”며 “최근 교육실무에 비춰 기간제 교원이 정규 교원보다 단순하거나 보충업무만을 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근무성적에 관계없이 기간제라는 이유만으로 성과상여금 지급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차별이자 불법행위라는 것이 이 판사가 내린 결론이다. 이로써 박 씨는 성과급 387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교육부가 판결에 불복하고 올 1월 항소하면서 지금까지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이외에도 법원은 성과급 소송에서 잇따라 기간제 교사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지만 교육부는 거듭 상소를 제기하고 있다. ‘기간제 교사는 교육공무원이 아니다’는 게 교육부의 입장이다. 채용규정도 정교사와 다르고 신분보장도 안될 뿐더러 대통령이 임면하지 않는 것을 근거로 내세운다.

▶‘정교사 채용 빌미’ 범죄에 두번 울어=기간제 교사들이 부당한 차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정교사가 되는 것이다. 때문에 절박한 나머지 정교사 채용을 조건으로 뒷거래하는 일도 발생한다. 게다가 범죄에 휘말려도 기간제 교사들은 불안정한 신분 때문에 제대로 신고조차 못한다.

기간제 교사 정모(34ㆍ여) 씨는 2013년 알게 된 학교급식 납품업자로부터 “친분이 있는 서울의 모 고등학교 이사장을 통해 정교사가 되도록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이사장을 만나게 해주겠다며 일주일 뒤 납품업자가 데려간 곳에서 정 씨는 학교 관계자들과 억지로 술을 마셔야 했다. 이후 납품업자는 정신을 잃은 정 씨를 모텔로 데려가 준강간을 저질렀다.

하지만 정 씨는 납품업자를 바로 신고하지 못했다. 정 씨는 법정에서 납품업자가 계속 정교사 자리를 약속한데다 본인도 정교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무엇보다 계약직 기간제 교사의 신분이어서 소문이 나는 게 가장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정교사에 목매는 현실 속에서 부모들까지도 범죄에 휘말리고 있다.

사범대를 졸업한 딸을 둔 김모 씨는 2008년 딸의 정교사 채용을 바라며 대구의 모 고등학교 재단 이사장에게 현금 7000만원을 건넸다. 이사장은 “걱정말고 시키는 대로만 하면 정교사로 임명될 것”이라며 호기롭게 돈을 받아갔다. 그러나 그해 딸은 해당 고등학교 임용고시에서 탈락했다.

이사장은 “전교조 교사를 해임하면 그 자리에 들어갈 것이다”, “일단 다른 학교 기간제 교사 채용에 지원해봐라”며 말을 바꿔가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참다못한 김 씨는 2013년 대구지법에 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사장에게 7000만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딸의 정교사 채용을 바랐던 이모 씨도 2008년 부산의 한 고교 교사로부터 ‘학교발전기금 형식으로 돈을 내면 중학교 정교사 자리를 알아봐주겠다’는 제의를 받고 곧장 3500만원을 건넸다. 이 돈은 실제로 모 중학교에서 교사채용 업무를 총괄하는 행정실장에게 전달됐다. 결국 딸을 위해 나섰던 아버지 이 씨는 배임증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부산지법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