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계절의 여왕’ 5월이 시작되자 페스티벌이 우후죽순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난 14일 인디 뮤지션이 총출동한 ‘뷰티풀 민트 라이프’를 시작으로 가을까지 다양한 음악 페스티벌이 줄을 잇는다.
현재 대형 록페스티벌은 양분(‘2016 지산 밸리록 뮤직앤드아츠페스티벌, 2016 펜타포트 페스티벌)됐고,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재즈페스티벌이 굳건히 자리한 가운데, 세계적인 EDM 페스티벌(울트라 뮤직 코리아,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이 한국에 상륙해 젊은 세대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그 와중에 국내 뮤지션 위주로 무대를 꾸미는 갖가지 음악 페스티벌이 매주 하나씩 열리고 있다.
“그나마 많이 줄어든 것”이라는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 무색하게도 페스티벌 시장은 여전히 포화상태다. 심지어 라인업을 채우는 아티스트들의 ‘몸값’이 높아져 “페스티벌로 돈이 남을 수 없다”는 데도 가요기획사는 물론 레이블, 공연기획사는 페스티벌 기획에 한창이다. 홍대 인기 뮤지션들이 대거 소속된 한 레이블에서도 현재 새로운 페스티벌을 기획 중이다.
업계에선 ‘적자’를 면치 못하는 페스티벌 시장의 원인으로 해외 아티스트들의 치솟은 개런티를 먼저 꼽는다. 특히 대기업이 공연시장에 뛰어들며 해외 아티스트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개런티가 치솟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관계자는 “대형 뮤지션들을 먼저 선점하기 위해 지나치게 높은 개런티를 불러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5억이면 될 아티스트가 10억원이 넘는 개런티로 한국을 찾는다”고 말했다. 아시아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무려 두세 배는 높아진 액수다. 또 다른 공연 업계 관계자는 “아티스트 섭외 비용에 10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페스티벌은 무조건 적자”라고까지 말했다. 실제로 많은 페스티벌이 적자 구조에서 헤어나지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공공연히 알려진 바로는 지난해 무수히 많은 페스티벌 가운데 흑자를 낸 대형 음악 페스티벌은 서울재즈페스티벌이 유일하다.
서울재즈페스티벌 주최사인 프라이빗 커브 측은 “경기불황 등의 요인이 티켓의 움직임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는데 지난해 공연장을 4곳으로 늘리며 약 5만명의 관객들이 찾아 흑자 전환이 달성됐다”고 말했다. “도심에서 펼쳐지는 페스티벌이라는 장점과 다양한 라인업, 가족 단위 관객들의 유입”을 성공요인으로 꼽고 있다. 서울재즈페스티벌의 경우 2014년엔 3만 8000명, 2012년엔 3만명의 관객이 찾았다. 올해에도 약 5만명이 관객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에선 우스갯소리로 “‘서재페’의 성공사례 때문에 페스티벌이 쏟아지는 것이 아니겠냐”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페스티벌이 아무리 적자라 해도 주최 측의 손해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페스티벌은 스폰서 유치가 상당히 중요하다. 대기업을 잡아 스폰서 비용으로 라인업을 채운 뒤 티켓 판매 금액으로 운영비를 제하면 간신히 남길 수 있는 구조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거기에 더해 “광고판매 수익과 베뉴, 부스 수익”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티켓 판매 금액은 확정된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판매가 많이 떨어지면 적자, 잘 되면 흑자, 부진한 정도라면 현상 유지가 될 수 있는 정도”라고 한다.
결국 티켓 판매율을 높이려면 아티스트 섭외가 페스티벌의 관건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인데, 대형 스타들의 몸값이 치솟으니 ‘남는 게 없는 장사’라는 분위기다. 음악 페스티벌이 티켓 구매층을 공략하기 위해 기존 고수했던 장르를 벗어나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아티스트나 젊은 세대의 트렌드에 맞춘 해외 아티스트를 섭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는 게 없다’면서도 페스티벌이 생겨나는 데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해외 뮤지션들의 개런티가 높아지며 섭외는 어려워졌는데, 심지어 이들의 단독공연으로는 관객이 들지 않는다는 속사정 이다.
공연기획사의 입장에선 이같은 이유로 페스티벌을 선호하기도 한다. 한 관계자는 “단독공연의 경우 공연장 대관료에 아티스트 섭외비용, 체류비 등을 제공하면 수지 타산을 맞추지 못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그만큼 티켓 판매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음악 리스너 층의 인프라가 적어 다양한 음악을 가지고 설득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며 “이를테면 거장 반열에 오른 트럼펫 연주자가 내한한다 해도 티켓은 10여장 밖에 나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페스티벌의 경우 “기존에 추구했던 장르의 색깔을 살린 아티스트와 더불어 대중적인 아티스트들을 함께 묶어 섭외한다. 특히 아시아 인근 투어를 하는 사람 위주로 섭외”하며 비용을 줄이기도 한다. 기획사 입장에선 “탄탄한 스폰서를 확보해 라인업을 충실히 꾸려 해마다 잘 닦아놓으면 단독공연에 비해 성과를 낼 수도 있고, 향후 몇 년은 지속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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