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선제적 금리인하 카드 적중…대형 대외 변수 많아 안심은 일러
여전한 美 금리 인상 의지, 브렉시트 등 메가톤급 이슈 산적
[헤럴드경제=정순식ㆍ강승연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예상대로 연방 기준금리를 동결함에 따라 한국은행은 혹시나 모를 한-미 금리차 축소의 우려를 덜게 됐다.
한은은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하며 선제적 대응에 나섰지만,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경우 내외금리차 축소에 따른 부작용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미국이 이날 금리를 동결한 덕분에 한은은 내외금리차 축소로 인한 외국인투자자금 유출 우려를 일단 덜고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한미 금리격차 0.75%…외화유출 우려↑=16일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1.25%이고 미국의 연방기금금리는 0.25∼0.5%이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이는 0.75∼1%포인트로, 앞으로 미국이 한 차례 금리를 올린다고 가정하면 금리차는 0.5∼0.75%포인트로 축소된다. 두 차례 금리를 인상한다는 시나리오대로라면 0.25∼0.5%포인트까지 좁아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내외금리차가 축소되면 원화 약세와 자본 해외 유출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원화의 급격한 약세는 외국인의 자금 이탈을 부추겨 다시 원화 약세를 유발하는 ‘악순환’을 가속화할 수도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미국의 금리 결정을 앞두고 한은이 먼저 금리를 내리며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결정이자 모험이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단 미국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며 한은은 일단 한숨을 돌렸지만, 산적한 대형 대외 변수들이 많아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다음 금리인상 시기에 대해서는 7월, 9월 또는 12월 등으로 전망이 엇갈리지만, 연준이 올해 1∼2차례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다음 달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에 대해 “불가능하지 않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더구나 이날 발표될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결정회의와 오는 23일 실시될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 여부는 전 세계 경제에 상당한 파장을 가져 올 변수로 꼽히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브렉시트는 미국 연준이 이번 동결 결정에 그 영향을 고려했을 정도로 파장이 큰 ‘메가톤급’ 이슈로 꼽히고 있다.
옐런 의장은 브렉시트가 “미국 경제 전망에도 영향을 주고 적절한 (통화)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준다”며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날 기준금리 동결의 “한 요인으로 고려됐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국내 주식시장에 유입됐던 영국 자금이 급격히 유출되면서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2020년까지 대(對)영국 수출이 연간 4억∼7억 달러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같은 대외 대형 변수는 추가 금리 인하 등 한은의 정책 여력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 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9일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를 어디까지 내릴 수 있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다만 이번에 금리를 내려 실효 하한선에 가까워진 것은 맞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한은은 미국 금리인상만으로 우리 금융시장이 큰 충격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현 수준의 내외금리차를 견딜 만하다는 판단에서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외국인 자금 이탈에는 금리뿐 아니라 양국 간 펀더멘털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면서 “우려만큼 자본유출 위험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은행, 내년부터 현금화하기 쉬운 외화자산 의무 보유=한편, 정부는 이날 제38차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글로벌 금융위기시 ‘달러 뱅크런’을 막기 위해 국내 은행들이 내년부터 현금화 하기 쉬운 외화자산을 의무적으로 확보토록 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우려 등으로 글로벌 투자자금이 안전자산인 일본과 독일 등 선진국 국채로 몰리고 있는 가운데,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비상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국내 은행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저유가로 산유국들이 자금압박에 시달리고, 미국 통화정책이 긴축 기조를 바꾸면서 지난해 하반기 부터 외화자금 유출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외국인의 증권투자금액을 살펴보면 지난해 11월과 12월, 두달사이에만 5조 10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으며 올해 1월과 2월에도 8조 2000억원이 빠져나갔다.
올해 3월과 5월 사이 8조4000억원이 유입되면서 상황이 개선됐지만 한국은행이 6월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영국의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 미국의 대선 및 연내 금리인상 예고 등 글로벌 정치ㆍ경제적 리스크가 계속되면서 자금의 유출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다.
이에 비해 현재의 외화 유동성 규제체계는 평상시 지표관리에만 중점을 두고 있어 외화자금 조달이 어려운 위기시에는 대응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 2008년 금융위기가 닥쳤을때 당시 모든 은행들이 외화 유동성 규제를 충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외화 차입 차환율이 2008년 1월 126.4%에서 같은해 10월 39.9%로 불과 10개월여 만에 급락하고 외화의 공급이 감소하는 등 유동성 부족을 경험한 바 있다. 숫자 맞추기에만 신경쓰다 보니 위기시 대응능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후 은행권은 안전자산보유비율을 도입, 2015년 말 기준으로 628.6%(규제비율 100%)에 달하는 등 안전자산 보유비율이 크게 증가했지만 외환 위기 대응과 관련된 측면에서는 여전히 실효성이 미흡하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다.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경제규모에 비해 자본시장 규모가 크고 외국인 증권자금도 대규모로 움직이기 때문에 금융위기 때 순 현금 유출액이 다른 신흥국보다 많은 편이어서 미국 금리 인상, 중국 경제 둔화 등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외화 자금의 급격한 유출 상황에서도 외화 유동성을 관리하기 위해서 LCR 도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외화 LCR은 이미 지난해부터 모니터링지표로 활용되는 등 국내 은행들이 외화 LCR 규제에 대비해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은행 수익성에는 크게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지금도 외화 LCR 최저지도비율 50%를 충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현재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고 은행들이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규제 도입 시기를 내년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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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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