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정부는 영국의 브렉시트가 우리의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우선 영국과의 무역ㆍ금융 거래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인 자본 유출 등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글로벌 교역 위축이 결국 우리의 수출 감소로 이어지면 당분간 경기의 하방위험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불안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브렉시트 이후 엔화 가치가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자동차 등 주요 품목을 중심으로 대일 가격 경쟁력 우위에 따른 반사이익도 기대된다.

▶대 영국ㆍEU 수출 ‘악영향’ Vs ‘미비’=대 영국ㆍEU 수출에 대한 악영향은 불가피하다. 수출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하반기 경기 회복의 동력으로 수출에 걸었던 기대감도 당분간 힘을 잃게 됐다.

2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 영국 수출금액은 72억1700만달러, 대 EU 수출금액은 465억4300만달러다. 브렉시트 여파로 영국과 EU 지역 실물경기가 위축되면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수출 실적에 더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영국 재무부는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향후 15년간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7.5% 감소할 것으로 자체 추산했다. 영국뿐만 아니라 EU 지역의 GDP 감소도 예상돼 한국과의 교역 수요는 더 줄어들수 있다.

반면, 우리의 대 영국ㆍEU 수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만큼 충분히 대비하면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수출금액 기준 영국 의존도는 1.4%, EU 의존도는 9.1%로 집계됐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대(對) 영국 수출 비중이 작기 때문에 수출에서는 큰 영향이 없다고 본다”면서 “브렉시트는 세계 경제에 중대한 위험 요인이지만 우리의 실물경제에 당장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브렉시트 유탄 맞은 일본, 엔고 영향은= 브렉시트가 일부 시장에서는 오히려 우리 수출 기업에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화하고 있다. 엔화 가치가 급격하게 상승함에 따라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품목에서는 가격경쟁력이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 등 EU 시장에서는 일부 품목이 관세율 변화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가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본 엔화 가치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도쿄 외환 시장에서 23일 달러당 104엔 전반 수준이던 엔화 가치는 24일 브렉시트가 결정된 후 한때 1달러에 99엔을 기록하는 등 가치가 급등했다. 아베노믹스 4년치의 엔저정책이 하루아침에 날라간 셈이다.

엔화 가치가 1달러에 100엔, 1유로에 110엔 수준으로 상승한 상태가 1년간 이어지면, 도요타나 캐논 등 주요 수출 기업 25개사의 영업이익은 기존 예상보다 9000억엔(약 10조3201억원)정도 줄어든다. 엔고 현상의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는 자동차 산업이 꼽힌다. 또 동남아 등 해외에서 일본 업체와 경쟁하고 있는 철강업계도 모처럼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전자업계도 반도체나 장비 등 부품 부문에서 엔고 효과가 일시적으로나마 예상된다.

무역협회는 EU 역내 국가 중 영국과 교역이 활발한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등의 경우 영국과의 교역에서 관세장벽이 생기면 우리 수출기업에는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시장 급락세 이번 주 고비될 듯= 전문가들은 브렉시트로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한국 금융시장도 당분간 부정적 영향권 아래 놓일 것으로 보고 있다.특히 영국계 등 유럽계 자금 이탈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말 기준 영국계 자금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주식 36조4770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전체 외국인 상장주식 보유액(433조9600억원)의 8.4%로 미국계(172조8200억원) 다음으로 큰 규모다. 영국이 EU에서 빠져나가면 영국에 대한 위험 노출액(익스포저)이 많은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 유럽계 자금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말 현재 아일랜드는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15조5740억원, 네덜란드는14조2850원어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합치면 30조원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의 가격 폭락세가 다음 주 초 이후 가라앉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학균 미래에셋대우 부장은 “브렉시트 자체로 인한 충격은 코스피 1,850선정도에서 멈출 것으로 본다”며 단기 충격으로 주가가 10%, 원화 가치도 10%가량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브렉시트로 부정적 영향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낙폭이 과도하다”며 “증시에서 유럽계 자금이 빠져나가더라도 미국ㆍ일본ㆍ중국계 자금 유입세는 이어질 것이며, 채권시장에서 이탈하는 자금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브렉시트로 세계 각국의 분리주의 움직임이 가속화되면 국내 금융시장에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 부장은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도 시간을 두고 분리주의 움직임이 커지면 주가가 반응할 수 있다”면서 “향후 주가는 분리주의가 얼마나 퍼지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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