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정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신동빈 부회장이 10일 회장으로 승진함에 따라 롯데그룹은 40여년만에 ‘2세경영’ 문을 활짝 열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롯데의 2세경영은 다른 주요 그룹들의 숙제인 3세 경영과는 성격은 다르지만, 재계의 후계경영에 기폭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주요 그룹들은 3세경영 시동을 걸어놓고 있고, 3세들의 경영 범위를 넓혀 놓고 있어 신동빈 회장의 최전선 배치는 분명 자극제가 될 것이 확실하다.

‘신동빈 체제’를 맞이하는 롯데는 그룹 역사를 새로 쓰면서도 미래 성장동력 창출에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이날 신 부회장을 비롯해 정책본부 부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인원 사장을 부회장으로, 현재 부사장인 채정병 지원실장과 황각규 국제실장, 이재혁 운영실장을 각각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이재혁 부사장은 그룹 정책본부를 떠나 롯데칠성 대표를 맡고, 정황 롯데칠성 대표는 지난해 인수한 필리핀펩시 대표로 옮겨갈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신 부회장은 회장 승진과 더불어 본인이 이끌던 정책본부 간부들이 대거 사장으로 승진, 그룹 내 영향력을 확고히 다지게 됐다.

특히 이인원 사장은 이번 승진으로 롯데그룹 최초의 비(非) 오너(owner) 부회장으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여기에 롯데그룹의 국내외 인수합병(M&A)를 이끈 좌장이자 신 회장의 ‘오른팔’로 알려진 황각규 부사장도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해 롯데그룹은 ‘신동빈의 사람들’이 모두 승진하게 됐다.

이로써 신동빈 회장의 ‘젊은 경영’은 앞으로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됐다. 롯데는 지난해 ‘2018 아시아 TOP 10 글로벌 그룹’이라는 비전을 선언하며 2018년까지 매출 200조원을 올려 아시아 10대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후, 국내외를 넘나들며 M&A 시장의 큰손으로 나서며 글로벌 시장의 큰 손으로 올라서게 됐다.

다만 신동빈 부회장의 회장 승진 이후에도 신격호 회장 역시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격호 회장은 고령임에도 한국과 일본을 한 달씩 오가는 ‘셔틀경영’을 이어오는 데다가, 한국에 있을 때 하루 몇시간씩 꼼꼼히 보고를 받기 때문에 계열사 대표들이 긴장을 늦추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좋다”면서 “신임 회장 선임 후에도 물러나지 않고 신 회장이 지금처럼 주요 보고를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롯데의 이 같은 ‘통큰 인사’는 지난해 약 61조원 매출을 올려 전년(47조 3000원)보다 30%가량 성장하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주력사업인 유통은 물론 석유화학을 비롯한 전 계열사가 고루 좋은 성적을 냈다.

한편 롯데의 2세 경영은 올해 최대 화두 중 하나인 후계경영의 실질적인 진척으로 이어질 확률도 높다는 분석이다. 많은 기업들이 실질적인 바통 터치를 위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또 일정 성과물을 내놓을 가능성도 커 보인다.

재계는 지난해말부터 후계경영의 잰걸음을 보여왔다. 삼성전자 이재용 사장의 승진과 경영활동 폭 확대가 대표적이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지난해 글로벌 차시장 공략 성공과 사상 최대실적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면서 재계 후계경영의 선두에 서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의 경우는 2세경영이라 입장의 차이는 있지만 창업주라는 뿌리를 계승, 발전시키느냐의 성패 여부는 주요 그룹의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는 최대 현안”이라며 “매끄러운 바통 터치에 좀더 고민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성연진 기자 @lovecomes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