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박영서 특파원]헝가리 영국 독일 등 유럽 3개국을 순방중인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유럽국가의 국채를 계속 사겠다면서 재정위기를 겪고있는 유럽에 대한 지원방침을 재차 천명했다.
3조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한 중국의 공세로 앞으로 유럽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국채매입 등 지원약속, 교역도 확대=원 총리는 25일(현지시간) 첫 방문국인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개의치않고 유로화 표시 채권을 계속 매입·보유하겠다고 밝혔다.
원 총리는 이날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은 유럽 국채시장의 장기투자자이며 유럽이 이번 채무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원 총리는 26일 오전 영국 잉글랜드 워릭셔주 스트랫퍼드어폰의 셰익스피어의 생가를 방문하면서 3일간의 영국 일정을 시작했다.
원 총리는 셰익스피어의 팬으로 특히 햄릿을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원 총리가 셰익스피어에 대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가”라고 칭송했다고 보도했다.
그의 셰익스피어 생가 방문은 영국이 최근들어 대대적인 영국 관광 부흥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져 관심을 끌었다. 영국은 관광수입을 증대시키기 위해 중국 등 신흥국가들의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셰익스피어 생가를 방문한 후 원 총리는 한때 영국의 최대 자동차 제조공장에서 지금은 상하이자동차그룹(SAIC) 소유로 바뀐 롱브리지의 MG 자동차 조립공장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원 총리는 “중국은 무역흑자를 추구할 의도가 없다”면서 “중국은 재정위기를 겪고있는 유럽국가들에게 대출 등 지원을 해줄 것이다”고 강조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공장 밖에선 파룬궁 회원들이 모여 중국의 인권탄압에 항의했다.
27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원 총리가 양국 자동차산업 협력의 대표적인 사례인 MG공장을 시찰한 것은 이번 영국 방문 의도가 양국 교역 강화에 맞춰져 있음을 확인해 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와관련, 27일 홍콩 원후이바오(文匯報)는 주 영국대사 류샤오밍(劉曉明)의 말을 인용, 중국이 영국의 고속철 건설사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류 대사는 “중국과 영국간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필요하며 고속철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면서 “중국은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영국의 고속철 사업을 지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외환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유럽에 대한 영향력 증대=미국과 유럽 언론들은 그리스 상황이 심각한 시점에 원 총리의 유럽방문이 이뤄졌다면서 이번 방문은 유로존 채무위기와 깊은 관계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는 중국이 미국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유럽을 중국의 편으로 돌리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다고 보고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원 총리의 유럽 순방이 중국 외환보유고의 유럽투자 확대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고 분석했고 프랑스 르몽드지는 “중국이 미국과 경쟁하는 동안 유럽을 친구로 묶어두려는 것이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 3조500억 달러(약 3324조원) 가운데 무려 3분의 2가 달러 표시 자산이다. 중국은 달러 의존도를 낮춰 외환보유고 다변화를 실현하려고 한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중국의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흡수할 수 있는 유일한 시장인 유럽에 대한 중국의 투자가 확대될 것이고 이미 유럽에 투자된 돈을 지켜내는 방안도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은 외환보유고의 포트폴리오를 공개하지않고 있지만 중국은 유로화 표시 자산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중국이 얼마나 많은 돈을 유럽에 풀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중국이 부실화된 유로존 국채를 매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pys@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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