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국민투표 철회…배경·전망

“조기총선 전제 긴축안 지지”

제1야당 당수 발언이후 백기

과도정부체제 수순 혼란지속

조기총선 놓고 협상도 난항 그리스 국민투표가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다. 2차 구제금융안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잔류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려 했던 그리스가 사실상 투표를 포기했다. 유로존 재정위기 진원지에서 낭보가 전해지고,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낮아지자, 시장도 환영 일색이다. 그러나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의 벼랑끝 전술로 그리스 정국은 혼미해져, 그리스를 둘러싼 상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백기 든 그리스 총리…국민투표 사실상 철회=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3일(이하 현지시간) 사실상 국민투표 철회 의사를 밝혔다.

총리실 성명에 따르면 파판드레우 총리는 이날 낮 열린 각료회의에서 “합의를 얻든 국민투표를 하든 딜레마에 있다”며 “제1야당인 신민당이 2차 구제금융안에 동의한다면 국민투표는 필요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신민당과의 공동정부 구성과 구제금융안 지지 협상을 벌일 것을 지시했다.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신민당의 안토니오 사마라스 당수가 조기총선을 전제로 구제금융안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힌 직후 나왔다.

사마라스 당수는 이날 TV를 통해 중계된 연설에서 “즉각적인 총선 실시 책임을 위임받은 임시 과도정부 형성, 현 국회에서의 구제금융 협약 승인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리스 법률은 국민투표를 실시하려면 의회 과반(151석)의 승인을 요구한다. 그러나 총 152석인 사회당 내 일부 의원들이 국민투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총리 의지와 상관없이 국민투표 시행안이 의회를 통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궁지에 몰리자 사실상 국민투표를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정국 한동안 혼미=향후 그리스 정국은 총리 유임, 국민투표 제안 철회, 과도정부체체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그리스 정국 혼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협상 과정도 녹록지 않다. 신민당은 총리 퇴진과 조기총선을 전제로 한 구제금융안 지지 입장이라고 강조한 반면 파판드레우 총리는 사퇴와 조기총선은 거부하고 구제금융안 지지 합의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 야당의 핵심 요구사항인 조기총선 실시에 대해 그리스 총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이날 저녁 의회 연설에서 “지금과 같은 중대한 시기에 정부가 사퇴하는 건 무책임하다”면서 조기총선을 거부했다. 조기총선 실시 여부를 두고 여야가 힘겨루기를 계속하면서 구제금융안 승인 여부가 표류될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4일로 예정된 신임투표 처리 여부도 변수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신임투표의 긍정적인 결과가 구제금융안에 대한 지지와 합의를 이끌 것이라며 여당 의원들에게 신임안 지지를 호소했다.

또 정치권 합의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가혹한 긴축과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노동계를 비롯한 자국민의 동의를 얻는 것도 큰 과제다.

G20 정상회의, 그리스에 올인=프랑스 칸에서 3일 개막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그리스 문제를 다루는 데 역점을 뒀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금융거래세 도입 문제와 국제 통화시스템 개혁 방안 등도 논의됐지만 그리스 사태가 워낙 시급해, 우선순위가 크게 밀린 모습이었다.

G20 정상회의 개막을 이틀 앞둔 지난 1일 그리스 총리가 ‘구제금융안 국민투표’를 전격 제안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은 격랑에 휩싸였다. 이에 EU 정상들은 국민투표에 따른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이미 합의된 구제금융 6차분(80억유로) 지원금도 줄 수 없다면서 압박을 가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날 마리오 드라기 신임 총재 취임 이후 열린 첫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개월 만에 인하한 것도 그리스 국민투표 문제를 감안해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