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과 이해찬 전 총리 등의 친노(親盧)세력인 ‘혁신과 통합’(이하 혁통)이 야권대통합의 구체적인 방식을 언급했지만 통합을 바라보는 시각 차는 민주당 지도부와 확연한 차이를 드러냈다. 통합의 방식과 당원 규정 문제 등 공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현안들의 입장차가 커 진통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민주당ㆍ혁통, ‘큰틀’에서 공감=혁통은 시민이 주도하는 혁신적 통합정당을 제안했다. 지금까지 지역 조직화 과정과 통합 청사진을 설계하는 데서 한발 더 나가 구체적인 통합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공개했다. 혁통의 이같은 제안은 지난 3일 민주당 지도부가 야권 대통합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3대 추진방안을 발표하는 등 통합작업에 나선 것에 대한 화답 성격을 갖고 있다.
이에 양측 모두 서로의 통합 추진 선언에 호의적인 반응이다. 혁통은 “민주당이 최고위원회 결의로 통합의 길에 나선 것을 환영한다”고 평가했고,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민주당의 ‘통합정당’ 제안에 뜻을 함께 해준 것이라는 데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시스템 이견 뚜렷…민주당 내 불만 가중=혁통이 제안한 통합정당의 주체와 구성 방식 등이 민주당의 정당 시스템과는 차이가 분명하다. 혁통은 “시민이 당원이고 당원이 시민인 정당”을 내세우며 당원 자격의 문턱을 낮춰 개방형 시민당원제를 도입해 누구든지 쉽게 당원이 될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하자는 계획을 내놨다.
또 시민에게 공직후보자 선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정책에도 시민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시민자체에 기초한 분권형 정당을 지향하며 이를 위해 중앙집중적이고 수직적 정당 구조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의 조직기반을 뒤흔들 수 있는 정당 시스템의 도입을 혁통이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 당권 주자들을 비롯한 지역위원장들은 당장 혁통의 통합정당안에 대해선 반대 입장이다. 혁통의 당원자격과 공직후보자 선출 기준을 적용할 경우 기존 시스템에서 총선을 겨냥해 활동하던 민주당원들의 영향력이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조직력을 앞세우는 당권 주자들도 불이익을 받긴 마찬가지다.
▶연합 형태냐 화학적 통합이냐= 특히 혁통은 “혁신의 토대 위에 각 정치세력이 협력하는 연합정당”을 강조하며, 기존 정당들의 자율성, 정체성, 이념을 해치지 않는 형태의 통합정당을 구상 중이다. 이른바 한 정당 내 여러 이념과 정체성을 갖춘 계파들이 존재하는 정파등록제 시스템과 유사한 구조다. 민주당이 통합정당의 형태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념 스펙트럼이 확연히 다른 여타 진보정당의 참여를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언급한다는 점에서 연합정당 구성방식에는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통합을 할 수 있는 세력과 먼저하는 건 불가피하다”며 “개문발차 지적도 있지만 최종까지 문을 열어두고 기다리겠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혁통 관계자는 “만일 민주당 지도부가 각 야권세력의 화학적 결합을 통한 통합을 생각하고 있다면 이는 크게 잘못된 것”이라며 “시간적인 문제를 생각할 때 (진보정당들의) 이념ㆍ정체성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대통합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wbohe> boh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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