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더 줄 것이 없어 미안하다”면서 세상을 등진 고(故) 김춘희 할머니는 충남 홍성과 서울 신정동 주민들 마음에 ‘바보 천사’로 여전히 살아있다.
식당 공사장을 전전하며 평생 모은 2750만원에다 자신의 장기까지 이웃에 넘겨준 김 할머니는 날씨가 쌀쌀해 지면 주민들의 마음에 다시 들어앉는다.
신정동의 한 주민은 “김 할머니는 언제나 바보처럼 웃고 다녔습니다. 남보다 가진 것이 많아서도 아니고, 곁에서 살갑게 챙겨줄 자식들이 있어서도 아니었습니다. 6년전인가. 그가 알고보면 없는 살림을 근근히 모아 불우이웃돕기를 하고 계신다는 말을 들었지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이 계셨으니 늘 웃고 다니신 거지요. 석달뒤면 할머니가 돌아가신지 2년이 지나지만, 날씨가 추워지니 할머니가 참 보고 싶습니다”고 털어놓았다.
김 할머니가 해방직후 이북에서 남쪽으로 내려와 처음 자리를 잡고 고아들을 길렀던 홍성지역 주민들도 “지금도 홍성에서는 명절이나 연말때면 어느지역보다 불우이웃돕기 열기가 강합니다. 김장도 담가주고, 로타리클럽과 민관이 합동으로 성금 모금을 잘 합니다. 김 할머니의 희생정신 때문이라고 봅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홀로 홍성에 정착한 김 할머니는 결혼을 하지 않았다. 6.25 전쟁 직후 홍성의 한 보육원에서 10년 동안 고아들을 돌보며 지냈고, 막노동과 식당의 허드렛 일을 하며 모은 돈을 틈틈이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냈다. 서울에 와서 그가 낸 불우이웃돕기 성금은 2006년 250만원, 2007년 500만원, 2008년 500만원이었고, 앞서 2005년에는 1500만원의 신정동 옥탑방 전세금을 사망때 기부하겠다고 약속했고, 2010년 2월 패혈성 쇼크와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숨을 거둘 때 이 약속은 지켜졌다. 사망전에는 장기기증 서약까지 했다.
김 할머니의 성금을 받았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지하방에서 전기세 아까워 불도 켜지 않고, 끼니는 인근 복지관에서 보내주는 도시락으로 때우면서 허드렛일로 모은 푼돈을 악착같이 저축해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내셨다”고 회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그는 성금을 내시면서 모금회측이 감사의 뜻을 전할때마다 ‘더 줄게 없어 미안해요’라는 말을 몇 번 되뇌었다”고 전했다.
모금회 관계자는 “김 할머니는 살아계실 때 ‘외출할 때 항상 장기기증등록증을 가지고 다녀. 언제 어디서 무슨 일 당할지 모르니까. 이걸 보면 누군가는 본부로 연락해 줄 거 아냐?’라고 말씀하셨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이진용 기자 @wjstjf> / jycaf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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