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 10.1배…PBR은 0.9배 성장동력 키워 제값 받아야
한국증시가 잇단 대형 악재에 내성을 보이며 선전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저평가’돼 있기 때문이다.
북한 핵문제와 사드 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한국 증시가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수익과 자산대비 저평가 정도를 보여주는 대표 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은 물론, 주가순자산비율(PBR)도 코스피는 해외 주요국 증시와 비교해 ‘최저’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저평가 국면을 벗어나기 위해 ‘성장동력 확보’가 급선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국내 증시가 ‘싼’ 만큼 외국인투자자들에겐 가격 메리트가 상당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와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 7일 종가 기준 국내 증시의 12개월 선행 PER는 10.1배다.
PER는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에 비해 주가가 얼마나 비싼지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다.
현재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으로, 낮을수록 주가가 저평가된 것으로 본다.
국내 증시의 PER는 2000년 이후 평균 9.1배를 웃도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PER는 2000년 초 정보기술(IT) 버블 붕괴(10.9배),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12.7배) 당시보다도 싼 수준이다.
주요국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확연해진다.
국내 증시의 PER는 미국(18.1배), 영국(16.2배), 일본(12.6배) 등 선진국 시장은 물론 인도(18.0배), 인도네시아(16.4배), 태국(15.2배) 등 주요 신흥시장에 비해서도 한참 낮다.
동시에 전 세계(16.0배)와 신흥국(12.5배) 평균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내 증시가 해외 주요국에 비해 ‘저평가’되고 있다는 건 PBR 전망치(12개월 선행기준)에서도 드러났다.
한국 증시의 12개월 선행 PBR은 0.9배로 주가 수준이 장부상 순자산가치(청산가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PBR은 주가가 기업의 순자산에 비해 얼마나 싼 지를 판단하는 지표다.
낮을수록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의미이며, 일반적으로 PBR 1배를 기준으로 절대적 저평가 여부를 가늠한다.
한국 증시의 PBR이 1배를 밑돈 것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0~2001년 IT 버블 붕괴, 2007~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 등에 불과하다. 올해엔 연초부터 중국발(發) 경제쇼크로 증시가 폭락하면서 PBR 1배가 무너지기도 했다.
주요국 중 한국보다 PBR이 낮은 경우는 전무했다. 미국(2.7배), 영국(1.6배) 등 선진국 증시의 PBR은 평균 2.0배를 기록했다. 인도(2.7배), 인도네시아(2.6배), 태국(1.8배), 대만(1.5배) 등 신흥국 증시의 PBR은 평균 1.4배로 한국보다 높았다.
국내 대표기업들의 주가도 해외 경쟁기업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았다. 국내 증시의 대표주인 삼성전자의 PBR은 1.2배로 글로벌 경쟁사인 애플(4.5배)에 한참 뒤처졌다. 현대차의 PBR은 0.4배로 일본 도요타(0.9배)에 밀렸고, 포스코(0.4배)도 신일본제철(0.6배)과 비교해 저평가됐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저평가 받는 이유로 ‘성장동력 부재’를 꼽는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수년간 국내 기업의 성장이 제자리걸음을 한 데다가 획기적인 성장동력마저 나오지 않으면서 투자 매력도가 낮아진 것”이라며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는 혁신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해외 주요국 증시와 비교할 때 여전히 ‘가격매력’이 있다는 긍정적인 해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증시는 그간 박스권에 갇히며 제값을 평가받지 못했다”며 “글로벌 경제가 회복하면 한국 증시도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싼값에 매수하고 기다린다는 측면에서 외국인들에게는 매력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양영경 기자/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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