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고빈도매매로 우리 증시를 쥐락펴락하며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 반면 국내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이 외국인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고빈도매매(HFTㆍHigh Frequency Trading)란 고성능 컴퓨터를 활용해 1초만에 여러 차례 주문을 내는 초단타 매매다.
5일 자본시장연구원이 작년 12월 만기 KOSPI200 지수선물 및 지수옵션상품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옵션시장에서 하루 주문수 2만건 초과 고빈도매매자의 75.6%는 외국인이었다. 선물시장에서는 이 비율이 98%에 달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확히 집계를 할 수 없지만 외국인들은 오랜 기간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고빈도 매매로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거래소의 파생상품 거래량은 37억5200만계약으로 전 세계 1위였다. 하지만 세계 1위의 과실은 외국인에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고빈도매매는 시장 데이터와 통계량을 토대로 매우 짧은 시간 동안 포지션을 구축해 수익을 창출한다. 초단기 포지션에 대한 투자의사 결정이 필요하며 가장 높은 시장접근성이 요구된다. 이 떄문에 세계적으로 고빈도매매 비중은 증가하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하루평균 거래량 기준으로 50~6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5월 미국 뉴욕 증시에서는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수분 만에 수백 포인트나 급락한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 사건의 원인으로 고빈도매매가 지목되기도 했다. 고빈도매매시스템의 주문 오류가 제어되지 못해 비정상적 가격으로 주문이 확산됐고 다른 고빈도 매매 시스템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줘 혼란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올해처럼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진 시기에는 이 같은 고빈도매매가 급격히 증가했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고빈도매매로 유동성이 풍부해지는 등의 장점도 있지만 문제의 소지는 있다. 잠재적으로 시스템 과부하를 초래할 수 있고 비정상적 상황에서는 되레 유동성을 빨리 고갈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헤지펀드와 대체거래소(ATS) 도입을 앞둔 국내 주식시장도 관리 규정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만 방법이 문제다. 거래세나 자본이득 과세 모두 현물시장을 위축시키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파생상품에 거래세를 부과되는 나라는 대만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자본이득에 과세하는 등 각종 규제책을 내놓는 국가는 있다.
한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고빈도매매 규제에 나서 브로커나 딜러에게 위험관리 시스템을 준수하도록 하고 사업활동을 문서화하라고 요구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도 최근 ‘금융상품투자지침(MiFID)’ 개정안을 내면서 자동매매업자들이 사용하는 컴퓨터 알고리즘의 디자인과 목적, 기능을 감독기관에 신고하도록 했다.
성연진 기자/yjsu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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