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전권갖는 것 당연”

공천과정 영향력 강화 우려

비판적 지지론도 비등

“틀 만든뒤 외부에 맡겨야”

소장파·일부중진 견제 조짐

쇄신파, 재창당 입장 재확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전면에 나선다. 전 대표가 아닌, 당을 구해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5년여 만에 정치 전면에 나설 공간이 크다.

모두가 원하던 박 대표의 등장이지만, 전면적인 등장 전부터 견제 또한 만만치 않다. 박근혜 체제가 총선 공천을 포함한 전권을 갖는 게 당연하다는 주장과 친박계 스스로의 희생이 전제가 돼야 한다는 ‘비판적 지지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모습이다.

12일 오전에 열린 한나라당 중진회의와 최고ㆍ중진연석회의에서는 박 전 대표 중심의 비대위 구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4선의 이윤성 의원은 “전권을 가진 비대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장광근ㆍ조진형 의원 등 이날 회의에 참석한 중진 대부분도 강력한 박 대표 중심의 비대위에 뜻을 같이했다.

박 전 대표의 전면 등장에는 소장파, 쇄신파, 친이계 의원들도 별다른 이견이 없는 모습이다. 친이 소장파인 원희룡 의원은 “박 전 대표의 등장밖에 방안이 없다”고 강조했고, 민본21의 권영진 의원도 “지도부 공백 상태를 조기에 수습하는 방법은 비대위를 구성하는 것”이라며 박 전 대표 중심의 당 체제 개편에 수긍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 주변에 대한 경계와 견제는 계속됐다. 박 전 대표를 등에 업은 친박계가 총선 공천 등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앉아서 지켜보지 않겠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았다.

원희룡 의원은 “친박계는 오히려 희생해야 한다”며 “박 전 대표가 새 정치를 만드는 행보를 한다면 돕지 않을 이유가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도울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친박계를 우선으로 정리하고, 중도ㆍ보수를 아우르는 신당 창당을 박 전 대표 체제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것이다.

정두언 의원도 “박 전 대표로 가닥이 잡히자 그동안 눈치만 보던 일부 의원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며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재창당하는 것이 한나라당도, 박 전 대표도 사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정 의원을 포함한 쇄신파 의원 10여명은 지난 11일 저녁 별도 회동을 통해 박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되, 재창당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진인 이경재 의원도 과거 탄핵 파문 직후 박 전 대표 체제를 거론하며 “이번에도 박 전 대표가 큰 틀을 만들지만, 직접적 관여는 안 하고 외부 인사 영입 등 상당한 자리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박계가 아닌 영입 외부 인사에게 공천을 맡겨야 한다는 의미다.

한나라당 홍사덕 전 국회 부의장 주선으로 홍준표 대표 사퇴 이후 당의 향후 진로에 대한 논의를 위해 12일 오전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한나라당 중진의원 모임에서 홍 전 부의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양동출dcyang@heraldm.com/111212/\r\n이상득ㆍ홍정욱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여권 개편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12일 홍사덕·김형오·안상수 등 한나라당 중진의원들이 긴급 회동을 갖고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양동출 기자/dcyang@
한나라당 홍사덕 전 국회 부의장 주선으로 홍준표 대표 사퇴 이후 당의 향후 진로에 대한 논의를 위해 12일 오전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한나라당 중진의원 모임에서 홍 전 부의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양동출dcyang@heraldm.com/111212/\r\n이상득ㆍ홍정욱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여권 개편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12일 홍사덕·김형오·안상수 등 한나라당 중진의원들이 긴급 회동을 갖고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양동출 기자/dcyang@

이 같은 ‘친박계 희생을 전제로 한 박근혜 재등장’론에 대해 친박계 의원들은 말을 아꼈지만, 불편한 분위기는 숨기지 않았다. 한 친박계 의원은 “십자가를 지라고 해놓고는, 질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너는 왜 꽃가마를 타느냐’고 총질을 하면 우리가 뭐라고 하겠느냐”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친박계인 구상찬 의원도 헤럴드경제와 전화통화에서 “친박 진영이라는 말 자체는 없다”며 친박계에 대한 당 안팎의 견제에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한편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중진회의와 오후 의원총회를 전후로 계파별ㆍ선수별 연쇄 접촉을 갖고 박 전 대표 중심의 비대위 체제 이후에 대한 의견 조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친이계 의원들은 이날 여의도 모처에서 점심모임을 하고 비대위 지도부 구성, 재창당, 공천 쇄신 등에 대해 논의했다. 또 쇄신파 등도 의총 직전 별도로 모여 의견을 교환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