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없이 현장 떠나 물의

경찰 “당사자간 해결해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외교 차량을 운전하던 백인 남성이 주차된 차량 두 대를 잇달아 들이받고 사과도 없이 현장을 떠난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마포경찰서와 목격자 등에 따르면 4일 오후 9시50분께 서울 동교동 홍익대 인근 ‘걷고 싶은거리’에서 A(38) 씨가 운영하는 M주점 옆 이면도로에 주차된 A 씨 소유의 흰색 SM3와 종업원 B(40ㆍ여) 씨 소유의 흰색 레조 차량 사이 공간으로 은회색 BMW차량이 주차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BMW가 앞뒤로 A 씨의 SM3 뒷범퍼와 B 씨의 레조 앞범퍼를 2~3회 들이받아 차량 일부가 약간 찌그러지는 등 손상이 발생했다.

목격자 등에 따르면 ‘외교 061-1**’라고 적힌 남색 번호판을 장착한 BMW차량 내부에는 40~50대로 추정되는 백인 남성과 한국인 여성이 탑승해 있었다. 사고를 목격한 행인들이 “남의 차를 들이받으면 어떡하냐”며 몰려들었지만 이 남성은 되레 영어로 욕설을 하며 자리를 떠났다. 일부 목격자는 이 남성이 술에 취해있었다고 전했다.

뒤늦게 사고 사실을 알게 된 A 씨는 경찰에 신고를 했다. 백인 남성은 2시간 후쯤인 자정께 다른 차량을 타고 현장으로 돌아왔다. A 씨와 종업원 3명이 남성을 가로막으며 “당신이 내 차를 들이받지 않았냐”라고 물었지만 이 남성은 주차돼있던 외교 차량에 탑승해 현장을 떠나려했다. A 씨가 창문을 수차례 두드리며 차량을 막아세우자 이 남성은 차에서 내려 “slightly once(경미하게 한 차례 박은 것뿐)”라고 말했다. A 씨가 경찰에 신고를 하겠다고 했지만 그는 “I’m busy(바쁘다)”라며 차량을 몰고 현장을 떠났다.

A 씨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피해가 컸던 건 아니지만 잘못을 했음에도 사과 한 마디도 없이 현장을 떠나는 모습에 화가 났다. 한국인을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명 구호가 필요한 상황에서 현장을 이탈했다면 뺑소니로 볼 수 있지만 이번 경우는 차량 피해도 경미하고 인명 피해도 없어 뺑소니로 보기 어렵다”며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만큼 경찰이 관여하기 어렵고 당사자 간 해결할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월에도 서울 한남동 주한스페인대사관 인근에서 외교 차량을 운전한 스페인 국적 K(42) 씨가 주한 이란대사관저 초소와 경찰차 등을 잇달아 들이받고 도주하는 사고를 낸 바 있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