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위기는 무엇보다 국민들이 위기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데 있다. 국가부도라는 최악 상황으로 치닫는데도 노동자들은 연일 파업이며 부자들은 속속 해외로 탈출하고 있다. 또한 재정긴축에 따른 고통분담을 국민에게 호소하고 앞서야 할 정치권은 정파간 갈등으로 대치 중이다. 세계 지성의 산실, 그리스가 철저히 반(反)지성에 갇혀 있는 것이다.
그리스 정부는 올해 재정위기 해소를 위한 민간부문 임금 25% 삭감, 보조연금 35% 삭감, 공무원 감원 확대 및 100여개 정부기관 폐쇄 등의 정책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과도정부를 구성한 정파간 이견 대립이 극심하다.
최근 아테네에서 열렸던 세미나를 다녀온 장지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은 6일 “세율 인상에 따라 국민들은 현금을 국외로 빼돌리는데 골몰하고 세금은 걷히지 않아 재정은 더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상점마다 카드결제기는 있으나 마나 현금 빼돌기기가 횡행하며, 공공요금을 올려줘도 뒤로 새는 돈이 많아 세금은 걷히질 않는다고 한다.
장 원장은 “특히 ‘금모으기운동’같은 형태의 캠페인이 권장되고 있으나 국민들은 관심이 없다”며 “국민들이 위기를 위기로 보지 않고, 또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해 위기는 심화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코트라 아테네무역관에 따르면, 국가부도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데도 노동자들은 매일같이 파업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올들어 새로 제시한 긴축정책에 반대해 민간 및 공공부문 최대 노동조합은 7일 24시간 총파업을 예고했다.
2010년 국가부도 위기를 맞은 이후 그리스 국민들이 보여준 것은 파업과 시위 뿐이다. 연금은 줄었고 상품의 소비자가격은 폭등했다. 재정지출 감축과 함께 세수증대를 위한 강력한 정책이 추진됐다. 특히 연금제도와 함께 재정적자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돼온 공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및 매각 등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나 노동조합의 거센 저항으로 인해 진척은 느린 상황이다.
공공기관, 은행, 기업의 근무시간은 대략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 사이로 하루 5시간을 넘지 않는다. 오후 2시 이후 퇴근하면 낮잠을 잔 뒤 저녁은 9시가 돼서야 먹을 수 있다. 국가부도 위기에에도 불구하고 이런 관습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경제위기 극복에 도움이 될 외국인투자 유치도 낙후된 행정서비스, 강성노조로 인한 종업원 관리의 어려움, 취약한 산업기반시설로 인해 쉽지 않다.
아테네무역관 관계자는 “경제정책 실패로 지난해 재정적자만 200억유로가 넘는다”며 “경기침체는 심화되고 국가부채는 증가하는 상황에서 거버넌스 부재와 갈등과잉으로 국가주권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최악 상황(국가부도) 직전 EU의 결단이 나올 것이란 견해도 있다.
박복영 대외경제연구원 국제경제실장은 “유럽위기는 현재 해결 수단이 없는 게 아니다. 수단을 쉽게 쓰면 구조조정을 게을리하는 나라, 즉 모럴해저드가 생긴다”면서 “특히 그리스는 자구노력에 따라 지원정도가 정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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