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국과 미국에 대해 이중적 태도를 노골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달 북·미간 고위급 회담에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 등 비핵화조치를 주고 영양지원을 약속받은 북한은 북미대화에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미는 오는 7일 중국 베이징에서 고위급 회담의 후속조치와 관련한 세부절차를 논의하기로 했다. 북한은 이르면 이달 말부터 영양지원 물량 선적이 시작되길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은 영양지원과 함께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방북 등이 이뤄져야한다는 입장이다.

또 북한 6자회담 수석대표인 리용호 외무성 부상은 오는 6일부터 13일까지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리 부상의 방미는 미국외교정책 전국위원회(NCAFP)가 마련한 모임 참석이 명목상 이유지만 이 자리에는 미국의 글린 데이비스 북·미 고위급 회담 대표나 클리포드 하트 6자회담 특사가 참석할 예정이어서 자연스럽게 북미대화의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러나 한국에 대해서는 연일 비난을 쏟아내며 대립 각을 세우고 있다.

북한이 문제 삼는 것은 인천의 한 군부대가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사진(헤럴드경제 28일자 보도)보도과 함께 전투구호를 내걸었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 북한은 4일 평양시 김일성 광장에서 주민 15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평양시 군민대회’를 열고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해가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북한 외무성과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도 이날 각각 대변인 담화를 통해 “우리 식대로 무자비하게 징벌하겠다”, “성전은 이미 선포됐다”고 하는 등 위협에 나섰다.

구체적인 날짜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조선중앙통신이 같은 날 김 부위원장이 판문점을 시찰했다고 보도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북한의 최고 권력자가 판문점을 찾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김 부위원장은 시찰에서 “판문점의 전초병들은 적들과 항시적으로 총부리를 맞댄 만큼 언제나 최대의 격동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북한이 이처럼 한국과 미국에 대해 이중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철저히 실리를 추구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 사망 이후 김정은 체제 안정을 위해 미국으로부터는 경제적 지원을 받는 한편 대남 적개심을 고취해 내부결속을 다지겠다는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대남·대미 이중적 태도는 실리적 전략과 함께 북미대화 진전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근본적인 대북정책 변화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