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고성-양양 지역은 접경지역으로는 이례적으로 야당 후보들이 간간히 당선되던 곳이었지만, 17대 탄핵역풍속에서도 한나라당 의원이 당선된 이후, 야당 명함을 내밀기 어려울 정도로 보수성이 더욱 강화되던 곳이었다.

MB정권 실정 문제가 고개를 들고, 이광재 열풍이 불던 2010년에도 이 지역 유권자들은 야당 소속 이광재 후보보다는 여당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던졌다. 당시 여당은 도지사에서는 떨어졌지만 속초에서 53%, 고성에서 58%, 양양에서 52%의 표를 쓸어 담았다. 하지만 지난해 4.27 재보선에선 민주당 최문순 지사가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를 속초와 양양에서 각각 1.5%포인트와 8.7%포인트 역전시켰고, 2010년에 15.4%포인트나 뒤졌던 고성에서는 4.4%포인트 열세로 격차를 크게 줄였다.

함께 치러진 양양군수 재선거에서는 민주당 정상철 후보가 50.6%의 지지율로 절반이하의 지지율(23.2%)를 얻는데 그친 여당후보에 압승을 거뒀다. 생업을 하면서 투표를 해야하는 재선거날인데도 직장인들이 쉬는 총선때 보다 더 높은 투표율을 보일 정도로 양양의 열기는 대단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단한 반전이었다.

이처럼 속초-고성-양양은 도내 다른 지역에 비해 야당 바람이 늦게 불었다. 그래서일까. 지난해 최문순-정상철 돌풍의 여파는 낙산의 거센 파도 만큼 남아있는 듯 하다. 새누리당 강원도당은 백중열세, 민주당 도당은 백중우세로 보고 있다.

17대 총선때 열린우리당 소속이 아닌 이른바 ‘잔류’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했다가 개혁진영 표의 분산으로 한나라당 정문헌 후보에게 고배를 마신뒤, 18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송훈석 후보는 이제 이같은 ‘야도(野道)’의 분위기를 업은 채 민주통합당 간판을 다시 내걸고 정 후보와의 리턴매치를 벼르고 있다. 현역의원이 ‘구원’을 앙갚음하는 특이한 복수전이다. 18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이 다른 후보를 공천해 맞대결을 벌이지 못했다.

새누리당 강원도당은 이곳에서 박빙의 우세 상황을 이어갈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낙천자인 손문영 전 현대건설전무가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바람에 경합열세지역으로 분류하고 말았다. 손 후보는 새누리당을 향해 “구시대 정치인을 선택한 결과가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낳았는지를 깊이 새겨야 할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무소속 완주를 선언했다.

하지만 송 의원에게도 약점은 꽤 있다. 시류의 흐름에 따라 정체성이 흔들렸다는 점, 그리고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분석결과 23건의 공약을 내 4건을 완료, 이번 19대 총선에 출마한 현역 중 강원도내에서 가장 낮은 공약이행률을 보이는 점 등이다. 아울러 비록 무소속 또는 야당 소속이었지만 지역의 침체 극복 방안을 제대로 내놓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여권 못지 않게 비판의 도마에 오를 수 있다.

일단 지역 유권자들에게는 현정권의 대북 긴장 정책 때문에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지 못하는 점에 대한 실망이 매우 크기 때문에 낙후된 지역개발 못지 않게 정권심판론도 작지 않게 작용하고 있다.

휴전선에 맞닿아있는 남한 국토의 최북단이라는 이유로 늘 배제됐던 도로 확-포장 사업 역시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데, 과거에도 언듯언듯 보이던 작금의 몇 가지 청사진으로 그간의 ‘무대접’과 ‘배신감’에 대한 분노가 잠재워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함영훈 선임기자/ abc@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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