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오너들의 나눔시대
게이츠·버핏 재산 절반 기부운동 ‘더 기빙 플레지’에 69명 이름 올려 저커버그도“ 35억弗 이상 내겠다” ‘나눔엔 인색’ 잡스와 대조적
록펠러·카네기 과학적 자선이 롤모델 거부들 사회환원‘ 문화’로 정착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를 만든 애플의 전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도 끝내 비켜갈 수 없었다.
세상을 바꾸고 열광시킨 천재였지만 83억달러에 달하는 재산을 갖고도 그가 생전에 기부만큼은 인색했다는 비판이 꼬리표처럼 이어졌다. 당시 워싱턴포스트(WP)는 “경쟁자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와는 달리 잡스는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서약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잡스가 돈을 기부했다거나 병원 또는 연구소 등을 지어 줬다는 기록도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스북’의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28)는 지난 2010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주도하는 ‘기빙 플레지(Giving Pledge)’에 당시 69억달러에 이르렀던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기로 서약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인생의 좀 더 이른 시기에 재산을 환원하고, 자선활동에 쓰이는 효과를 직접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 ‘소셜네트워크’에서 다소 탐욕스러운 인물로 그려졌던 저커버그는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 동참으로 또 다른 평가를 받게 됐다.
“부자인 채 죽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자신의 철강회사를 처분하고 기부자가 된 카네기처럼 서양에선 부자들의 기부문화로 대표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종종 회자된다. 반면 한국의 부자들은 법의 심판을 받게 되거나 정치적인 이슈가 있을 때 비로소 기부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종교적인 헌금이 아니면 핏줄을 위해 부를 상속하는 사례도 많다.
자기완성, 겸양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동양문화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서양의 부자들에게 기부문화만큼은 배워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것이 돈이든, 재능이든,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이든.
▶계속되는 글로벌 거장의 ‘나눔’과 확산=빌 게이츠는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3대 질병 퇴치를 위한 펀드에 7억5000만달러(약 8421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게이츠 재단은 게이츠와 부인 멜린다의 이름을 딴 재단으로, 2009년 말 기준으로 자산이 335억달러(약 37조6138억원)에 이른다.
빌 게이츠는 또 부자 증세를 주장해 온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함께 지난 2010년 6월부터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 도 진행하고 있다. 이 운동은 억만장자들이 자신의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것이다.
22일 기준으로 ‘더 기빙 플레지’ 홈페이지( http://givingpledge.org/)에는 총 69명의 이름이 올라와 있다. 마크 저커버그를 비롯해 스티브 케이스 아메리카온라인(AOL) 공동창업자,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 ‘정크본드의 황제’ 마이클 밀컨, 오라클의 창업자 래리 엘리슨, 뉴욕시장 출신 마이클 블룸버그, CNN의 창업주 테드 터너 등도 여기에 동참했다.
이와는 별도로 작년 하반기에만 4160만달러(약 467억원) 상당의 주식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매년 4개의 자선단체에 거액의 기부금을 별도로 내는 버핏 같은 인물도 적지 않다.
▶부자에 대한 존경→사회적 책임인 기부로 연결= 게이츠와 버핏은 더 기빙 플레지 운동을 벌이면서 록펠러처럼 후손에게 기부에 대한 선례를 남기자고 참여자들을 설득했다.
사실 록펠러는 게이츠가 롤 모델로 삼는 인물로, 악착같이 모은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고 세상을 떠났다. 특히 그는 단순한 기부를 넘어 기업 운영방식을 도입한 과학적 자선사업을 적용했다.시카고대학, 록펠러 재단 등이 그의 기부로 탄생했다.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는 뉴욕의 카네기홀을 비롯해 카네기공대, 카네기재단 등을 설립했고 전 세계 2500여개 이상의 도서관 건립을 지원했다. 미국 자동차업계의 아버지 헨리 포드 역시 5억달러를 들여 만든 포드재단을 통해 기아 퇴치 등에 큰 족적을 남겼다.
부자들이 기부를 후손에게 남겨야 할 문화로서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정당한 방법으로 거액의 돈을 모은 부자들을 사회가 존경하고 또 그 부자는 자신의 부가 결국 사회로부터 나왔다는 것에 책임을 느끼고 다시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를 잡은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봉사활동을 경험케 하는 교육의 효과도 크다.
물론 기부금에 대한 공제 비율이 높고, 주식이나 부동산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부를 할 수 있는 제도 도입도 이 같은 서양의 기부문화 확산에 도움을 줬다. 실제 최근 미국에선 부자들에게 맞춤형 기부전략을 컨설팅해 주는 전문가가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NGO 단체들은 ▷기부금 공제 비율을 미국처럼 30~50% 수준(한국은 20%)으로 높이고 ▷주식, 부동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쉽게 기부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기금 조성, 별도의 공익재단 설립 등을 조언해 줄 수 있는 컨설팅이 늘어날 경우 사회 리더와 부유층의 기부문화가 좀 더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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