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사찰의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잰걸음을 하는 가운데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의 이름까지 거론됐다.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28일 한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 증거인멸 사건이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다고 폭로했다.
장 전 주무관은 이 방송에서 “지난해 1월 나에 대한 총리실 중앙징계위원회가 열리기 전후, 국무총리실 정모 과장과 두 차례 만났으며, 두 번째 자리에서 정 과장은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VIP에게 보고가 됐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VIP는 통상 공무원들 사이에 대통령을 지칭하는 말이다. 또한 “‘이 대통령에게 사건이 보고된 뒤 민정수석실 안에 불법사찰과 증거인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7명을 케어(담당)할 담당자들이 정해져 있다’는 말도 들었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증거인멸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 진경락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지원총괄과장 후임이다.
이들이 만난 시기는 장 전 주무관이 징계위에 출석해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으로부터 증거를 인멸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폭탄 발언을 한 직후다. 특히 장 전 주무관은 최 전 행정관으로부터 “민정수석실 얘기도 그렇고 자네는 이제 최대 벌금형”이란 말을 들었지만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대로라면 공무원 신분을 박탈 당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흔들리는 장 전 주무관에게 ‘특별관리’가 들어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장 전 주무관이 공개한 녹취파일에 청와대가 일자리를 알아봐 줬다는 내용이 등장하는 것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이 파일에는 청와대가 한국가스안전공사를 통해 경동나비엔에 장 전 주무관의 일자리를 마련하는 일련의 과정이 담겨 있다. 장 전 주무관은 “청와대 인사담당 행정관이 ‘장석명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직장을 알아보라해서 연락했고, 가스안전공사 사장에게 얘기를 해뒀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후 가스안전공사와 경동나비엔 측으로부터 구체적인 일자리를 제안받았다는 것이 장 전 주무관의 폭로 내용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말을 아꼈다.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되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관련 내용을 보고 받은 정도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장 전 주무관을 안심시키기 위해 부풀려진 이야기를 꾸며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몸통’임을 스스로 밝힌 이영호 전 청와대고용노사비서관이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란 점에서 장 전 주무관의 폭로가 단순한 허언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김우영 기자/kwy@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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